'김건희 내사보고서' 유출 경찰 "공익 목적" 선처 호소

입력
2022.03.16 13:25
"검찰총장 후보자 가족 도덕성 검증" 차원
검찰, 징역 1년 구형… 선고 다음달 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후보 시절 배우자 김건희씨가 언급된 경찰 내사보고서를 언론사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송모(33)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송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검찰총장 배우자의 도덕성 검증이란 공익적 목적으로 한 일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구자광 판사는 16일 오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송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송씨 측은 오로지 공익 차원에서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배우자와 장모의 축재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이 높았다"며 "우연히 사건 파일을 접하고 공직자 배우자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보도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묻힐 뻔한 사건을 제보해 주범을 처벌할 수 있었던 공익신고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지정 및 보호를 신청했다.

송씨 측은 이미 편집이 많이 된 상태로 자료를 입수했기 때문에 내사보고 자료를 유출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도 밝혔다. 변호인은 "수사 분야를 공부하려고 선배 경찰에게 해당 자료를 받았다"며 "자료에서 김건희라는 낯익은 이름을 보게 됐고 기사를 검색해 당시 검찰총장 후보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가 내사보고서 자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편집돼 있어 제보 과정에서 심리적 저항감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엔 도이치모터스 주가 변동 및 일일 거래내역, 관련 언론보도, 제보자 진술 등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재판부에 "초반 수사를 받을 땐 법과 원칙이 왜 내게만 엄격히 적용될까 억울함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잘못된 생각이었고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도 직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시 경찰 업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송씨는 반성문과 함께 경찰관 192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송씨는 2019년 동료 경찰관에게 김건희씨가 언급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사보고서를 건네 받아 뉴스타파 등 2개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송씨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고. 자료를 넘겨준 동료 경찰관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열린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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