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름 가까이 산림 39㏊를 태우고 진화된 대구 달성산불이 방화로 추정되면서 경찰이 방화범 검거에 나섰다. 특히 2차례 발화지점이 모두 송이밭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방화와 연관 고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16일 대구시와 달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달성군 용계리 가창면 주암산 인근과 가창면 오리에서 각각 발생한 산불은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발화지점이 산책로에서 50~200m 떨어져 있고, 주변에 논이나 밭이 없는데다 발화시점이 인적이 드문 토요일 오후 9시2분과 7시15분이기 때문이다.
가창면 오2리 김방경 이장은 "산불이 난 지역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등산로도 아닌 곳에서 불이 난 것을 보면 방화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문오 달성군수도 2차 산불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차 산불과 같은 방화 용의자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방화용의자 검거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번 산불은 송이밭에서 발화하면서 오2리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마을 주민에 따르면 오2리 주민 절반은 9월부터 한 달 반 정도 산에서 채취한 송이로 한 해 수입을 삼고 있다.
유광철 가창면체육회장은 "산불이 난 곳은 송이가 자라는 곳이어서 주민들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송이밭이 복원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행동에 나섰다. 가창면이장협의회 등 가창지역 사회단체 10여 곳은 지난 7일 가창삼거리 등 가창면 20곳에 '가창산불 방화용의자 현상수배'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상금 500만원도 걸었다.
마을 이장들은 제3의 방화를 막기 위해 직접 순찰에도 나섰다. 이장들은 매일 오후 7~10시 자신의 동네를 순찰하며 야간 방화에 대비하고 있다. 가창면이장협의회 관계자는 "순찰을 돌다보면 방화든 발화든 불을 먼저 발견하고 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일대에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산불이 5차례 발생했고, 과거에도 방화로 추정만 할 뿐 방화범을 잡지는 못했다.
경찰은 주민 탐문 등을 통해 송이밭과 방화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화재감식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불이 난 바위 틈새 불씨가 많아 지상 진화인력의 진입이 어려웠고 마른 낙엽과 고사목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