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너무 멀게 느껴져요. 저는 조용하고 마음이 약한 편이에요. 자주 의기소침해지죠. 하지만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하고 싶고, 대담해지고 싶어요. 그런데 저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다 저와 비슷한 것 같아서 제 성격을 바꾸기 어려운 건 아닐까 걱정이 돼요. 박재혁(가명·29·취업준비생)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고, 혹자는 바뀔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성선설, 성악설만큼이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죠.
이번주 추천 콘텐츠는 성격심리학자인 브라이언 리틀의 책입니다. 리틀은 삶의 질은 내부에서 우리를 만드는 '생물발생적 근원'과 외부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발생적 근원'의 조합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즉, 개방성·성실성·외향성·친화성·정서 불안정성 등 '타고난 자아'와 제2의 본성인 '사회발생적 자아'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이 중 사회발생적 자아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기회가 주어졌느냐에 따라, 어떤 규범을 따르느냐에 따라, 그리고 남들이 그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리틀은 이것과 별개로 제3의 본성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특수발생적 자아'라는 건데요. "그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의 행동이다"라는 게 리틀의 이론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리틀은 '퍼스널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얘기하는데요.
퍼스널 프로젝트란 고유한 특성을 가진 개인이 각자의 맥락에서 실행하는 지속적 행위들의 모음이라고 리틀은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부서 예산 처리하기와 같은 업무 행위부터 실연의 슬픔 이겨내기와 같은 자아 성찰까지 우리가 추구하는 소소하고 거대한 것들이 우리의 성격을 좌우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의 타고난 기질과 어긋나는 일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생물발생적으로 친화력이 높고 사소한 갈등도 피하려는 성격의 소유자가, 정의를 사랑하며 냉철한 검사가 되기를 꿈꿀 수도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리틀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나답지 않은 특성'을 발휘하는 연습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제1의 본성에 반하는 자기답지 않은 행동을 계속 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을 가져야 번아웃을 막을 수 있다는데요. 이런 틈새 회복은 자신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성격과 조화로운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리틀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모습을 연출했던 내향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틈새란 자극이 제거된 조용한 환경이겠죠.
이렇게 리틀은 풍요로운 삶의 나이테를 만들어가는 확실한 방법은 '웰빙'이 아니라 '웰두잉'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존재를 넘어선다는 얘기죠. 재혁씨만의 삶을 추구하되 또 우연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또 그 사이에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틈새를 통해 정말 재혁씨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