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순안비행장에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포착됐다. 한미의 거듭된 경고대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위한 준비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도 첨단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대북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15일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앞서 12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새 구조물은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토대 2개로, 순안공항 북쪽의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에 설치됐다. 방송은 “폭은 50m로 같고 길이는 각각 220m, 100m 크기”라고 전했다.
구조물이 만들어진 시기는 8, 9일쯤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이곳에서 신형 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며 성능을 점검했다. TEL을 활용한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10, 11일 연이어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며 ICBM 도발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 당국은 과거에도 TEL을 받치는 콘크리트 바닥을 만든 뒤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다. 2017년 7월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쏘아 올린 ICBM급 ‘화성-14형’은 콘크리트 토대 위의 8축 TEL을 지지대로 삼았고, 같은 해 11월 화성-15형 발사 역시 9축 TEL을 이용했다. 굳이 콘크리트 토대 위에서 미사일을 쏘는 건 지반이 약해 발사 위력을 견디지 못할 경우 발사대가 훼손되거나 미사일 궤도가 틀어지는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브루스 배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사일에 연료가 가득하면 TEL도 무거워져 ICBM과 같은 대형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이를 견딜 지지 구조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해당 보도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 아래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ㆍ감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신형 ICBM 추가 발사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2018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일부 갱도를 복구한 정황도 공개하는 등 ‘고강도 도발’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미국의 대북 감시망도 한층 촘촘해졌다. 미국은 전날 RC-135V(리벳 조인트)에 이어 이날 코브라볼(RC-135S)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이 정찰기는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최첨단 기능을 구비해 서해나 수도권 상공에서도 순안지역 감시가 가능하다.
주한미군 역시 이례적으로 ‘요격미사일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주한미군은 이날 “올 들어 빈번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탄도탄 방어태세 강화 지시에 따라 한국에 주둔 중인 미8군 제35방공포병여단이 검증훈련 강도를 높였다”면서 모의전투를 가정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특정 장소로 전개하는 등의 훈련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