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한 특별 사면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회동에 앞서 15일 문 대통령에게 MB 사면 요청을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퇴임 전까지 MB의 사면 문제를 직접 매듭지어주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 주변 측근들이 과거 '친(親)이명박계' 인사들로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MB 사면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무래도 윤 당선인이 MB를 기소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있었던 터라 청와대 입성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MB 사면 문제에 대해 "이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MB 사면을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며 "이는 갈라치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이유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살리고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번 두고 보시라. 문 대통령이 아마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같이 사면을 하리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를 당장 사면하면 비판받을 것 같으니까 당장 사면하지 못한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서 선거법을 위반하고 '드루킹'을 한 건가,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이익을 위해서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 입장에서 그를 그냥 놔둘 수 없다. 살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100%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MB 사면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대표적인 '친이계'다.
그도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MB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자신이 원내대표가 된 이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러 차례 만났을 때도 "이제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중단하도록 사면 복권을 하시는 게 맞겠다고 (문 대통령께) 건의해달라 여러 번 요청을 드리기도 했다. 비공식적으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회동에 대해 "핵심 의제는 정권의 순조로운 인수인계,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의 최소화가 주요 의제"라며 "그중 하나로 여러 언론에 회자되고 국민들이 관심 있는 것이 MB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원내대표는 "예전에 YS(김영삼 전 대통령)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로 넘어갈 때도 사면 복권을 전직 대통령 시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현 대통령 시절에 벌어졌던 일이니까 문 대통령이 마무리하시고 가는 게 문재인 정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임기 종료 후에 부담으로 덜 남지 않을까, 다음 정권으로 넘기게 되면 부담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에게도 부담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수사했던 담당자였다는 측면에서 아니라고 할 수 없겠지만, 죄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해서 수사를 중단하는 일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MB 사면에 대해 "선거기간 동안에 윤 당선인께서 이런 부분을 당선이 되시면 문 대통령께 건의를 하시겠다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MB 사면을 매듭지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하는데 아마 문 대통령께서도 새 정부한테 짐을 드리기보다는 많은 부분을 정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면 있다. 그는 경남기업 회장이었던 고 성완종 전 의원의 친동생이다. 고 성 전 의원은 제17대 대선 이후 이명박 당선인에 의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임명됐고, 법제처 정부입법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MB맨'으로 불렸다. 이후 2015년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와 관련한 비리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