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는 설계도를 무시한 제멋대로 공사와 부실 감리감독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사고는 신축 공사 중 39층 아래 설비 공간(PIT층) 바닥이 무너져 내리며 시작됐다. 원래 PIT층은 거푸집을 따로 만들어 일반 슬래브로 시공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공기가 길다는 이유로 일체형인 데크 슬래브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가설 지지대(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 7개가 설치됐지만 구조 안전성 검토는 없었다. 결국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한 PIT층 바닥이 붕괴되며 39층 하부 16개 층 외벽이 잇따라 내려앉았다. 최소 3개 층에 설치토록 돼 있는 동바리가 조기 철거되고,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미달인 사실도 확인됐다. 총체적 관리 부실이 초래한 또 하나의 인재(人災)였다는 얘기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에 따라 시공하는 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원칙이다.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임의로 변경할 경우 건물 구조의 안전은 담보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당연한 상식을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에서 500명도 넘는 큰 희생을 치르며 배웠다. 사고 이후 구조 안전진단과 관리감독 강화 조치들이 공언됐다. 그러나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변한 세월에도 건설 현장의 고질적 병폐와 탐욕, 안전불감증은 그대로였던 셈이다.
사고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은 결정되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버스 승객 아홉 명이 숨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공사의 원청사이기도 하다. 진작 행정처분이 나왔다면 두 번째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법 사항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최후의 보루가 되지 못한 감리 제도를 개선하고, 감리자에게 독립적 지위를 주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는 더 이상 원시적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실질적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