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 (오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이다. 저는 보고받지 않았다.”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당선인 측의 ‘대북 메시지’를 두고 13일 벌어진 일이다. 최근 신종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시험 등 북한의 도발 위협이 점증하자 김 대변인이 완전한 비핵화와 대화 촉구 메시지를 냈는데, 윤 당선인이 4시간 만에 “내 발언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은 것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경 대북정책을 표방해온 만큼 ‘대화’에 방점이 찍힐 것을 우려해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움직임이나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시설 철거, 모라토리엄 번복 움직임과 관련해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비핵화와 대화를 언급했다.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없었는데도 이 같이 말했다는 점에서 김 대변인의 발언은 사실상 윤 당선인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이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안을 언론에 발표하는 자리에서 후속 질문이 나왔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후속 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대변인이 뭐라고 얘기하기 전에 저는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도발’로 보지 않고, 남북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질문에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ICBM이냐, 아니냐’는 며칠 전 (북한의) 발사체와 관련해서는 제가 이미 입장 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도 곧장 “(오전 브리핑은) 당선인의 입장을 말한 게 아니었다. 그간의 원칙과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의 발언에는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당분간 대북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입에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인 6일 페이스북에 “향후 북한이 위성을 빙자해 ICBM을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ICBM 도발을 감행하면 대화는 없다는 의미다. 대북공약 첫머리에서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에 협조할 경우에만 경제협력을 하겠다”며 사실상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가까운 방식을 강조했다.
결국 이날 해프닝은 대선후보에서 당선인으로의 신분 변화에 따라 메시지를 가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전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외교안보 분야 업무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당장은 문재인 정부와의 견해 차를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변인이 “절제하고 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김 대변인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은 일일이 북한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