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산불특전사 '공중진화대'와 '찐' 특전사가 쐐기

입력
2022.03.13 20:00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
헬기레펠 등 평소 상상 초월한 훈련강도
군 특전사와 합동작전 울진산불 마무리

울진ㆍ삼척 산불 진화과정에서 금강송 군락지와 응봉산 일대 협곡은 가장 진화가 어려웠던 지역으로 꼽힌다. 금강송 군락지는 조선시대 때부터 황장봉산(왕실에서 필요한 목재 수급을 위해 일반인들 출입과 벌채가 금지된 산)으로 관리했고, 지금은 200년 이상 된 노송만 8만 그루가 넘는 '보물산'이다. 응봉산 일대는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릴 정도로 깊고 웅장한 협곡인 용소골과 가파른 절벽으로 지상진화대 투입이 여의치 않은 곳으로 지목됐다.

헬기에서 아무리 물을 뿌려도 두껍게 쌓인 낙엽과 불에 잘 타는 소나무로 인한 연무로 진화가 쉽지 않았다. 특히 야간에는 진화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그들이 나섰다. 산불 진화를 위한 특전사로 불리는 산림청항공본부 공중진화대와 진짜 특전사 대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공중진화대는 유사시 헬기로 산불 현장에 투입돼 방화선을 치고 확산을 저지하는 게 주된 임무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진화인력이라 일반 진화대가 나서기 힘든 곳에 지상으로도 투입된다.

1997년 40명 규모로 창설된 공중진화대는 올 3월 현재 전국 11개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에 1개팀씩 모두 100여 명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통상 산불 초기에 헬기로 불 머리 쪽으로 투입돼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화선에 근접해 갈퀴로 낙엽을 긁어내고, 물을 뿌리는 등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서 싸운다.

수목 제거용 체인톱 및 개울물 등을 퍼올려 불을 끄기 위한 30㎏짜리 휴대용 동력펌프 등 공용장비와 개인별 50m의 호스 2동, 갑자기 달려드는 불길을 피하기 위한 방염포, 물백, 헬맷, 고글, 헤드랜턴 등 1인당 20~30㎏의 개인장구를 휴대한다. 헬기레펠 등으로 화선 바로 앞에 투입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고도의 위기대응 능력은 필수다. 이 때문에 창설 초기에는 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았고, 요즘은 전문직 공채를 통해 우수 자원이 많이 들어온다.

워낙 위험한 곳에 투입되다 보니 평소 훈련량과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불 현장에는 헬기 착륙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로프를 타고 하강하는 레펠 훈련은 기본이다. 산불 현장은 열기로 기류가 급변하기 일쑤라, 갑자기 불길이 덮치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퇴로가 막히면 흙이 나올 때까지 낙엽을 긁어 내고 땅에 엎드린 다음 방염포를 뒤집어쓰고 불길이 지날 때까지 대피하는 훈련도 한다.

이번 산불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컸다. 산불특수진화대원 등과 함께 금강송 군락지 등 가장 중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배치돼 확산을 막았다. 전체 대원 중 60여 명이 투입됐다.

특히 마지막 남은 응봉산 진화 작전에는 군 특전사와 합동작전으로 쐐기를 박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기엔 불이 워낙 빠르게 번져 공중진화대를 투입할 틈도 없었지만, 금강송 군락지는 물론 마지막 응봉산 진화작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울진= 정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