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문턱 밟은 北… 윤석열 당선에 軍도 '대북 강경모드' 전환?

입력
2022.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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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와 '尹 인수위' 사이에 낀 국방부

대북 강경노선을 표방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선으로 그간 북한의 무력시위를 ‘도발’로 규정하지 못했던 군 당국의 태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조짐은 엿보인다. 한미 국방부가 앞서 11일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테스트를 실시해 ‘모라토리엄(유예)’ 파기가 임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2018년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복구한 정황을 포착한 사실도 알렸다.

공개 방식은 이례적이고 시점은 공교롭다. 한미 당국이 정상회담이나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가 아닌 “북한의 구체적 위협이 식별됐다”고 동시에 브리핑하는 건 극히 드물다. 더구나 국방부가 청와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언급이 있기 전에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일은 흔치 않다.

시점도 제20대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 25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6시였다.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의 정체를 대선 직후에야 ‘신형 ICBM’이라고 밝힌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굳이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와 거리두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文 정부 금기어였던 “도발” 언급할까

국방부의 ‘진짜 속내’를 가늠할 만한 잣대는 앞으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선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할지 여부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태양절ㆍ4월 15일)을 전후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이번주 초 도발할 만한 징후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동거하는 기간이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도발은 우리 영공ㆍ영토ㆍ영해에서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북한 영해에서 행해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조차도 도발이 아닌 ‘위협’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핵실험이나 ICBM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모든 군사행동을 도발로 볼 수 없는, 논리적 모순에 부닥쳐 국방부의 스텝은 매번 꼬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남북대화를 중시해온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것으로 국방부의 자의는 아니었다.

‘한미훈련 정상화’ 여부도 주목

대선으로 한 달 늦춰진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도 군 당국의 달라진 입장을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양국은 훈련 일정을 4월 중순으로 계획하고 있다. 역시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의 영향력이 혼재하는 때다. 군 당국은 그 동안 당청을 의식해 “남북관계를 고려해 한미훈련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한미훈련을 북한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합동참모본부도 지난해 8월 후반기 한미훈련 일정을 공지하며 “실병 기동 훈련이 없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강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미훈련 정상화’를 공언했다. 폐지된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 연습(FE)’의 부활도 내비쳤다. 10일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고, 6일 선거 유세에서는 “정부를 맡겨주면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정신도 확 들게 하겠다”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