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대출총량 규제를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총량 규제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의 돈줄까지 끊는다는 지적을 감안해 기존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총량 규제 완화는 중대재해법 손질,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윤석열 당선인이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 뒤집기'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주 가동 예정인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총량 규제 완화 세부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10월 "전형적인 문재인표 이념형 정책"이라고 규정했던 총량 규제를 푸는 건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총량 규제는 금융당국이 10%대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강하게 밀어붙인 대출 억제책이다. 덕분에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늦췄지만 대출 한도 축소로 사업·생활 자금 마련에 불편을 겪는 차주가 늘었다. 총량 규제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시중 대출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출 수요는 그대로인데 대출 가능액(공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캠프에서 금융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몰두한 대출총량 규제가 너무 돈줄을 죄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도 많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 종료 전까지 유동성을 풍부하게 지원해 고통받는 사람이 버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총량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적인 완화 대상으론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한 조치가 거론된다. 금융권이 지난해 8월 당국의 요청으로 줄인 신용대출 한도를 원래대로 되돌리면 일반 고객은 연봉의 1.5배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총량 규제 완화의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차주 입장에서 대출한도 상향은 큰 매력이 없어서다.
총량 규제 완화는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윤 당선인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박근혜 정부 유산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폐기했듯 문재인 정부 정책을 재검토할 전망이다. △종부세 폐지 △탈원전 폐기 △중대재해법 완화 △주52시간제 개선 등이 재검토 0순위로 꼽힌다.
총량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 노동계·탈원전 지지세력 설득 등 장애물이 다른 과제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소비자 등 총량 규제 이해당사자가 오히려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도 윤석열 정부의 입지를 넓히는 요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총량 규제로 대출 상품 중단, 한도 축소 등 시장 혼란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총량 규제 해소를 통한 대출 완화는 가계부채 증가, 원리금 부담 확대 등 부작용도 분명해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