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시킨 갑질 팀장에게 "회사 징계와 별도로 1000만원 배상하라"

입력
2022.03.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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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일거리 안줘 견책 징계받은 팀장
법원 "정신적 손해도 배상하라" 판결
노동계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환영

광고회사에 다니는 A씨는 갑작스러운 팀 내 업무조정으로 ‘나홀로 근무’를 하게 됐다. 팀 구성이 3개에서 4개 파트로 변경되면서 3개 파트엔 3~4명의 인원이 배치됐는데 1개 파트엔 A씨 1명만 남겨진 것이다. 더구나 A씨 파트에게 맡겨진 광고 업무는 대부분 끝났거나 보류된 것이어서 실제로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갑자기 혼자 일하라... 사실상 퇴직 강요"

A씨는 “아무런 통지도 없이 다른 팀원과 달리 혼자 앉아 일하게 한 것은 회사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직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사팀에 신고했다. 회사는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팀장 B씨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사측의 징계가 너무 가벼워 B씨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팀장 B씨는 A씨가 다른 파트장이나 팀원들과 마찰을 겪어왔고 업무지시를 거부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자신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곧 인원이 충원되면 A씨 밑에 배치해 A씨를 파트장으로 임명하려 했다고도 했다.


법원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 초래... 1,000만원 배상해야"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김범준 판사는 A씨 손을 들어줬을 뿐 아니라 팀장 B씨는 A씨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A씨 1명으로 독립적인 파트를 구성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런 배치는 기존 팀 구성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봤다.

또한 B씨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김 판사는 “(과거에) A씨가 담당 업무를 명백하게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고, A씨에게 파트장 권한을 부여하려 한 정황도 없다”고 봤다. 이어 “파트장 없이 혼자 일하게 된 A씨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업무를 배정받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B씨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해자에게 경각심 줄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

노동계에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판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권두섭 대표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하면 100만~200만 원 정도 배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가해자 입장에선 단순한 징계를 넘어 손해배상을 크게 당할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에만 고용노동부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회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근무장소 변경 등을 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회사가 징계조치를 했다 해도 민사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법조계에선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사측의 책임을 더 엄격히 묻는 게 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취지는 '직장 내 조직문화 개선'인 만큼, 개인 간의 소송보다는 회사가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고 피해 예방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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