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조영제에 과민 반응 있다면 MRI 검사도 위험"

입력
2022.03.12 10:51
서울대병원 강혜련 교수, 약물 부작용 연관성 코호트 분석 결과

그동안 별개 문제로 여겨졌던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제에 대한 과민 반응이 실제로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MRI 및 CT 조영제 중 한 종류에서 과민 반응 병력이 있으면 다른 종류의 조영제에도 과민 반응이 생길 위험이 훨씬 높다는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 교수팀이 2012~2020년 8년간 MRI 조영제를 사용한 15만4,539명과 CT 조영제를 사용한 26만1,426명을 대상으로 두 조영제 과민반응 간 연관성에 대해 코호트 분석을 진행한 연구 결과다.

조영제는 영상 검사에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이나 부작용도 있다.

특히 과민 반응이 나타나면 발진ㆍ홍조 등 알레르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MRI 촬영에는 가돌리늄 조영제를, CT에는 요오드화 조영제를 사용한다.

이들 조영제는 성분 구조나 화학적 특성이 완전히 다르므로 그동안 두 조영제로 인한 과민 반응이 서로 무관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두 조영제 모두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있어 안전한 조영제 사용을 위해 MRI 및 CT 조영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 결과, MRI와 CT 조영제 과민 반응 유병률은 각각 0.7%, 3%로 MRI 조영제에서 과민 반응을 경험한 환자가 더 적었다. 즉, 과민 반응 위험성은 CT보다 MRI 조영제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MRI와 CT 조영제 과민 반응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과거 다른 종류의 조영제를 사용한 적이 있는 환자만 세부 분석했다.

MRI 조영제 과민 반응 유병률은 과거 CT 조영제 과민 반응을 겪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각각 3%, 0.7%였다.

또한 CT 조영제 과민 반응 유병률은 과거 MRI 조영제 과민 반응을 겪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각각 15%, 4%였다. 즉, MRI와 CT 조영제 중 한 종류에서 병력이 있으면 다른 종류의 조영제를 사용할 때 과민 반응이 생길 위험이 4배가량 높았다.

조영제 과민 반응의 재발 방지를 위한 분석도 추가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MRI 조영제 과민 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를 투여했지만 이 조치의 예방 효과가 충분한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분석 결과, MRI 조영제 과민 반응을 경험한 환자가 다시 MRI 조영제를 사용할 때 평균 재발률은 15%였다.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를 사전 투약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재발률이 20%에서 14%로 감소했다.

하지만 과민 반응을 일으켰던 조영제를 변경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재발률이 21%에서 5%까지 줄면서 재발 방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방 약물 투약과 조영제 변경을 병행하면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은 경우보다 재발률을 31%에서 5%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별개로 인식됐던 MRI 및 CT 조영제 과민 반응이 서로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진료 현장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처음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강혜련 교수는 “조영제는 정확한 검사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과민 반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영제 사용 이력제를 마련해 과거에 사용했던 조영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과민 반응이 생기면 해당 조영제의 이름과 성분 등 상세 보를 환자와 공유하여 다른 의료기관에 가더라도 조영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영상의학 학술지 ‘Radiology’ 최근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