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은 여성 표심을 잃는 바람에 득표율 0.73%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여가부 폐지를 재검토해 여성과 중도층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도 나오지만, "공약이니 지킨다"는 게 윤 당선인 주변 분위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 공약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당선인의 공약은 지킨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공약을 후순위로 돌리는 등의 문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반(反)페미니즘 성향의 2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203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4050세대까지 등을 돌리는 등 잃은 게 더 많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젠더 갈등 문제가 표심을 완전히 양쪽으로 갈라놓았다"며 "무조건 여가부를 폐지하면 갈등 구조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은희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당선자도 "여가부 기능을 오히려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숙고하는 모양새를 하기보다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가부 폐지는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며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젠더 갈등, 여성 혐오인 것처럼 무작정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준석 대표는 조은희 당선인을 공개 비판하면서 "우리에겐 윤 당선인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공은 인수위로 넘어갔다. 여가부 조직을 해체해 다른 부처로 기능을 넘길지, 명칭에서 '여성'을 없애는 선에서 조직을 살릴지 등을 놓고 인수위 차원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에 '여성 분과'를 별도로 두지 않고 사회복지문화 분과에 편입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 당시엔 여성 분과가 있었다. 성평등 문제를 저출산·노동·복지 등 사회 전반적인 정책과 함께 다루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의도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성평등 문제는 성(性)의 문제가 아닌 휴머니즘 철학을 반영해 여성, 남성을 공히 골고루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