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완연한 봄인데 민주당은 어쩌면 겨울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한 말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원팀'을 구성했던 친문재인계ㆍ친이재명계ㆍ586 등 당내 이질적 세력들이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분열한다면, 겨울은 더 혹독해질 것이다.
민주당이 후폭풍에 휩싸일 기미는 아직 없다. 비교적 차분하게 '포스트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니 책임이니, 내 책임이니 하는 혼란, 분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노웅래 의원), “흔들리거나 흩어져선 안 된다”(정성호 의원) 등 단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4ㆍ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친문계는 물러나라” “조국 사태 때문이다” 등 '내부 총질'로 시끄러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 자취를 감춘 건 우선 책임 소재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정권교체 민심이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득표율 0.73%포인트(24만7,077표) 차로 졌다. 당내에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많다. 이 전 후보가 “제가 부족해서 패배했다”고 한껏 허리 숙여 책임 공방을 차단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집안싸움을 하다 6월 지방선거까지 지는 시나리오다.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합리적인 민주당 인사와 손잡을 수 있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마저 패하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는 사례가 나오는 등 대혼돈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일단 단합이 우선”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원팀'을 앞세우고 '졌잘싸' 기류에 안주하면서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는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 보궐선거 패배 이후 반성하는 시늉만 했다가 대선에서도 졌는데, 이번엔 달라야 한다"고 했다. 또 “강성 친문 당원들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과하게 반영되는 구조를 빨리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계파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이달 말 실시되는 원내대표 선거나 지방선거 공천이 뇌관으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석에선 '이 전 후보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졌다' '친문이 돕지 않아서 졌다' 등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분열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낙연 때문에 졌다" "송영길, 추미애를 지켜라" 같은 내용의 문자 '폭탄'을 당 지도부에 날리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에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방식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분열의 불씨를 끄기 위해서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 당무를 이어받은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해 "후보등록 절차 없이 의원들이 선호하는 원내대표 후보를 적어 내면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총에선 △다음 주를 '감사, 반성의 주간'으로 설정해 전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국민을 만나고 △강원 동해안 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세비 30%를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