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토지보상금 32조 풀리는데...시장 자극 괜찮을까

입력
2022.03.13 11:00
14면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3기 신도시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토지보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토지보상제도는 국가나 공공단체가 공익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토지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에게 적절한 보상액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토지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그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부동산 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에만 전국적으로 무려 32조 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에 없던 액수라 보상 대상자 규모 또한 '역대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자 입장에서야 목돈을 만질 기회가 되겠지만 한편에서는 이렇게 풀린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돼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상 대상이 아닌 수많은 '장삼이사'에게도 꼭 남의 일만은 아닐 겁니다.

기본조사 통해 보상금 산정, 이의 있으면 수용재결·행정소송까지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토지보상 절차는 크게 7단계로 구분됩니다. 우선 사업시행자가 2, 3개월에 걸쳐서 보상대상 토지와 그에 딸린 물건들을 조사합니다. 토지대장 등을 바탕으로 하는 공부자료조사와 실제 토지 이용현황 등을 확인하는 현장조사로 이뤄지죠. 이를 토대로 대상지의 정보를 정리한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를 작성합니다.

기본조사가 완료되면 시행자는 소유자에게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열람하도록 안내합니다. 이때 소유자는 조서상의 기재사항에 이의가 있는 경우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시행자는 추가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이 마무리되면 보상액 산정을 위한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들어갑니다. 공정성을 위해 시행자가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는데, 과반 동의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토지소유자도 감정평가법인을 시행자에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보상액은 사업 시점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위치, 형상, 환경, 이용상황 등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공익사업으로 변동된 가격 요인은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후 감정평가법인 둘 또는 세 곳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 평균한 값으로 결정합니다. 약 2, 3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 금액을 시행자가 개별 소유자에게 통지하고 협의하는 데 또다시 1, 2개월이 걸립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소유자와 시행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이 합의돼 계약이 성사되면 토지소유권은 시행자에게 넘어가고 기존 소유자는 보상금을 계좌로 받게 됩니다.

만약 책정된 보상금에 불만이 있어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더라도 공공은 공익사업 용지를 강제로 취득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소유자는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해 보상금을 다시 산정하는 등의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확정된 재결보상액에도 불복한다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하거나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의신청은 30일 이내, 행정소송은 수용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만약 이의신청 이후에 행정소송을 진행하려면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해야 합니다.

현금 이외에 채권, 대토보상으로 절세 가능

토지보상은 현금 외에 상환기간 5년 이내 채권이나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토지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어느 경우든 토지를 국가에 매도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보상 방법에 따라 감면율에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현금을 선택한다면 양도세의 10%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채권은 15%인데, 만약 만기 3년 이상 채권을 끝까지 보유한 경우에는 30%, 5년인 경우에는 40%까지 세액이 감면됩니다.

양도세 감면폭이 가장 큰 방식은 대토보상(40%)입니다. 토지보상으로 거액의 돈이 시중에 풀리는 걸 막기 위해 큰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3년 이내에 해당 토지를 매각하면 감면받은 양도세는 물론 그 이자까지 물어야 합니다.

대토보상 호응 떨어져...시장 자극 우려 여전

현금 보상은 인근 부동산 시장으로 재유입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경 원주민들은 당장 새로운 농경지를 구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인근 토지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도 수도권 공공택지를 활용한 대규모 공급 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라 거액의 토지보상금 지급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대토보상 등을 활성화해 돈을 묶어 두는 대책이 필요한데, 3기 신도시 대토 계약률(총 보상비 중 대토보상액 비율)은 현재 10% 안팎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을 시작하면서 잡았던 기대치(5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죠. LH 관계자는 "용도별로 용지를 조성해야 하니 높은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상업, 근린생활시설 용지 등에 대토 수요가 쏠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상토지를 다양화하고 양도세 감면혜택 추징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