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정상 다수, 우크라 신속 가입 반대

입력
2022.03.11 08:59
가입 승인은 만장일치, 우크라이나 EU 가입 미뤄질 듯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다수가 우크라이나가 신청한 EU 신속가입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EU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AFP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조속한 EU 가입을 원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뜻과 달리, 이날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시작된 이틀간의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신속 가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회담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패스트트랙 같은 절차는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EU 신속가입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뤼테 총리는 "서발칸 국가들도 10년 이상 회원국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를 생각해보라. 우리가 실용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자"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신호를 보내야 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그는 "오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은 불공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련 지배를 받았다가 독립해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라트비아는 우크라이나의 신속 가입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르투르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우리가 민주국가의 가족으로서 원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것은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나흘째인 지난달 28일 EU에 특별절차에 따른 즉시 가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새 회원국 가입에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내부에 이견이 있다며 확답을 미뤘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이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국방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역내 천연가스의 약 40%를, 전체 원유 수입량의 4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EU 역시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서는 제재에 동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를 포함해 러시아와 그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새로운 제재도 논의 대상이다.

AP통신이 입수한 정상회담 결론 초안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국방 능력과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를 단호히 지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EU를 '더 강력하고 더 유능한 안보 제공자'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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