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향한 '0.73%'의 경고... "오만·무능·혐오를 금지한다"

입력
2022.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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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이번에도 절묘했다. 그리고 매서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윤 당선인의 최종 득표율은 48.56%.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47.83%)와 불과 0.73%포인트 차이였다. 서울 서대문구 인구(30만 6,000명)에도 못 미치는 24만7,077 표차로 윤 당선인이 최고권력을 거머쥔 것이다.

대선 결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향한 민심의 채찍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호되게 심판한 동시에 "대승할 것"이라고 자신한 '예비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오만에도 경종을 울렸다. 윤 당선인에겐 '겸손한 통합 대통령'이 될 것을 명령했다.

①오만하지 말라

"권력에 취해 오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윤 당선인에게도, 민주당에도 유효하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57만 표차의 승리를 안겼던 민심은 5년 만에 싸늘하게 돌아섰다. 거칠게 비교하면, 약 600만 표의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간 것이다.

민심은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에 전국단위 선거 4연속 승리를 몰아 주며 대통령 권력·의회 권력·지방 권력의 독점을 허용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무너진 정의와 민주주의를 되살리라는 뜻이었지만, 민주당은 권력을 함부로 썼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최후의 경고를 받고도 듣지 않았다.

대선 직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은 정권연장을 바라는 여론보다 줄곧 약 10%포인트 많았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국민의힘은 과신했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10%포인트 차로 이긴다"(이준석 당대표)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등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

최종 득표율 차이가 0.73%포인트에 불과했다는 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선거 과정에서 약 10%의 민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②무능하지 말라

영·호남 지역주의의 벽은 이번에도 높았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는 윤 당선인에게 득표율 75.14%를 몰아 줬고, 민주당 아성인 광주는 이 전 후보에게 84.82%의 득표율을 안겼다.

대선 승패는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서 갈렸다. 부동산 분노 민심이 결정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만 이 전 후보에게 31만766표를 앞섰다.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를 포함해 자치구 25곳 중 14곳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에 싹쓸이 승리를 선사한 서울 민심이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이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이겼다.

이는 민심이 정권의 무능을 오래 인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28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도 치솟는 집값·전셋값을 잡지 못했다. 공급 위주 정책은 너무 늦게 결정했다.

정권 인수를 준비하는 윤 당선인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③갈라치기하지 말라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 표심의 결집이다. 여성 유권자들은 윤 당선인을 심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강화' 공약,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페미니즘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발언 등 '젠더 갈라치기'라는 혐의를 받은 선거 전략이 심판의 대상이었다. 투표를 하루 앞둔 '세계 여성의 날'에 여가부 폐지 공약에 쐐기를 박을 정도로 윤 당선인은 무모했다.

여성 표심의 결집으로 윤 당선인은 대선 승리를 놓칠 뻔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윤 당선인은 이 후보에 밀렸다. 20대의 이 전 후보 예상 득표율은 58.0%, 30대는 49.7%, 40대는 60.0%, 50대는 50.1%였다. 20대부터 50대 여성들까지 똘똘 뭉친 것이다.

이로써 눈앞의 표와 지지율에 매몰된 '갈라치기 시도'는 결국 권력에 독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를 되새겨야 할 윤 당선인은 그러나 10일 기자회견에서 “젠더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의 존폐 여부는 윤 당선인이 '안티 혐오' 표심을 무겁게 받아들였는지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