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영호남 따로 없다"는 尹 당선인, 초심 잊지 말아야

입력
2022.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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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당선 인사에서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당선 의미에 대해서도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렬한 난타전 끝에 승리한 윤 당선인의 이 초심이야말로 향후 국정 운영의 근간이 되어야 할 다짐이다. 네거티브와 편가르기로 점철된 이번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뿐만 아니라 남녀·세대·지역 간 갈등과 분열, 혐오가 위험 수위로 치달아 그 후유증부터 치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당선인의 과제다.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길고 긴 개표 끝에 48.56%의 득표율로 이 후보(47.83%)를 불과 24만7,077표(0.73%포인트) 앞서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 의미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을 선택하지 않은 절반의 민심이 무거운 짐일 수 있겠지만, 민심의 냉정한 균형은 한시라도 독단적이고 오만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이자 통합과 협치에 대한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 운동 기간 여러 논란을 낳은 강성 발언이나 이대남 잡기 등 갈라치기 캠페인을 겸허하게 성찰하면서 이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까지 끌어안는 실질적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이날 윤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170여 석의 거대 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활하게 국정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야당을 더 이상 적이 아니라 국정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 갈 수 있는 기회”라는 윤 당선인의 언급이 듣기 좋은 겉치레에 그쳐선 안 된다. 행여 야당이 트집 잡는다는 이유로 내 편 지지자만 보고 가겠다면 정권교체 명분은 사라지고 증오의 정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일성은 앞으로 이어질 인사에서부터 관철돼야 한다.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기치는 정권 심판론이었다. 이는 이번 투표로써 이뤄진 셈이다. 이젠 갈라진 민심을 아우르며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에다 고유가·고물가의 경제 위기까지 덮쳐 서민들의 삶은 위태롭다. 과거의 정치에 결코 얽매여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