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이 발발 일주일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강원 삼척과 경계지점에 위치한 응봉산에서는 불이 꺼졌다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진화 인력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울진에서 가장 높은 응봉산은 산세가 험하고 골짜기마다 쌓인 낙엽이 어른 무릎 높이에 이른다. 물을 뿌려도 속불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다.
10일 울진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북면 덕천리 응봉산에서 남쪽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금강송면 소광리까지 7~8㎞ 구간에서 일어났다가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출과 동시에 헬기 80대를 투입해 집중 살포했다"며 "하지만 산세가 워낙 험준하고 골이 깊어 낙엽 아래 속불이 잘 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불은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됐다.
응봉산은 해발 998.5m 높이로 울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경사가 심한 곳이 많아 생업으로 임산물을 채취하는 마을 주민 외에는 등산객도 평소 잘 들어가지 않는 다. 지상 진화 인력이 화재 현장으로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험준하다.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 일대도 수시로 불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울진 산불은 응봉산에서 남쪽으로 금강송 핵심지역에서 300m 앞까지 근접한 상태다.
산림 당국은 이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응봉산과 금강송 군락지 인근 소광리 야산을 집중 공략했다. 진화율은 약 75% 수준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응봉산 일대는 인력 투입이 어려워 헬기 공중진화대를 투입하고 고도로 훈련된 대원들로 한정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소광리 일대는 임도 주변에 지상 진화 인력을 집중 투입해 저지선을 구축,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진화대원들의 피로도도 극에 달하고 있다. 최 청장은 “진화대원 피로도가 심해 소광리만 정리하면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구역 진화대원들도 교체를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재민들의 생활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대피소에 머물던 주민 가운데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울진군에 따르면 전날 이재민 약 180명 중 106명을 대피소에서 북면 덕구온천리조트와 마을회관 등으로 이송하기 앞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된 이재민은 북면 구수곡휴양림 숙박시설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는다.
그동안 임시 대피소로 이용된 울진읍 국민체육센터는 산불이 동시다발로 확산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민이 몰리면서 집단 감염이 우려됐다. 이날 울진지역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74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을 돕는 한 자원봉사자는 “삶의 터전을 잃어 막막한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걸렸다고 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며 “조속히 산불이 완전 진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