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바로미터' 충청권...이번에도 윤석열이었다

입력
2022.03.10 21:00
윤석열 당선인, 충남·충북서 50% 이상 득표
충청권, 14대 대선부터 당선인 적중 '캐스팅보트'
'충북 1위=대통령'...직선제 개헌 후 35년간 통해
'바로미터' 인천·경기·제주, 20대 대선 적중 못해

역대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권의 선택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초박빙 대선 속에서 또다시 충청의 결단이 통했다. 특히 이번 대선까지 35년간 이어진 '충북 1위=대통령' 공식도 증명됐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0대 대통선 선거 개표 결과 충청권 4개 시·도의 경우 대전과 충남, 충북에서 윤 당선인에 표를 던진 유권자가 더 많았다. 윤 당선인은 대전에서 49.6%(46만4,060표), 충남 51.1%(67만283표), 충북 50.7%(51만1,919표)를 각각 얻으며 충청권에서 승기를 잡았다.

반면 이 후보는 세종(51.9%·11만9,349표)을 제외한, 대전(46.4%·43만4,950표), 충남(45.0%·58만9,991표), 충북(45.1%·45만5,852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윤 당선인은 득표율 48.6%(1,639만4,815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1,614만7,738표)에 0.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역대 최소 표차(24만7,077표)로 초접전 대선임을 재확인했다.

1%포인트 미만의 격차 속에 개표방송이 이어질수록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충청권에 눈을 돌렸다. 충청권은 14대 대선부터 진영논리나 지역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온 지역이다.


대선 때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텃밭인 호남과 영남 사이에서 당락을 결정하던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온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충청권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던 충청 민심에 기대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중도를 보였던 충청의 표심에 호소했다.

사실 충청권은 13대 대선 때 김종필(JP) 전 총리 이후 이렇다 할 대선 후보나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며 정치권에서 변방으로 여겨졌다. 이후 이곳은 지역감정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실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표심을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만 해도 도지사는 물론 15개 시·군 중 10군데가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자리하고 있지만 야당인 윤 당선인에 표가 몰렸다. 지난 총선에서 7개 의석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도 5개 구청장 자리를 민주당에 준 대전도 야당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러한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역할에 대선후보들도 충청권을 챙기는 데 집중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두 차례나 충청지역을 방문해 충청 표심에 호소했다.

충남에 거주하는 이모(67)씨는 "언론에서 '충청의 사위' 이재명보다 '충청의 아들' 윤석열을 선택했다는데 충청에서 그런 식의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기대에 부응했느냐 못했느냐가 충청권 민심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충북 1위=대통령' 이번에도 증명

충청권 중에서도 충북은 이번 대선까지 여덟 차례 내리 당선인을 적중했다. 충북에서 이긴 후보는 역대 대선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다. 대선 때마다 '충북 1위=대통령'이라는 공식을 이번에도 증명한 셈이다.

충북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1위로 만든 후보를 청와대에 입성시켰다. 13대 대선부터 이번 20대 대선까지 무려 8번이다.

그 기록을 보면 화려하다.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충북에서 46.9%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14대 대선 김영삼 후보는 38.3%, 15대 대선 김대중 후보 37.4%,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 50.4%, 17대 이명박 후보 41.6%, 18대 대선 박근혜 후보 56.2%,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38.6%로 1위를 차지해 대통령이 됐다.

윤 당선인도 50.7%로 충북의 선택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청주시 청원구, 진천군을 제외한 12개 시·군·구에서 모두 이 후보를 눌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충북이 확실한 '중도지역'이라는 점이다. 13대 대선 당시 충청권 인사인 JP가 출마했지만 이 지역 민심은 노태우 후보로 향했다. JP가 받은 득표율은 고작 13.5%(10만2,456표)로 노 후보, 김영삼 후보(28.2%), 김대중 후보(11.0%)에 이어 4위였다.

반면 충북과 함께 1위 후보를 대통령으로 배출했던 인천과 경기, 제주도는 이번에는 다른 길을 갔다. 이들 지역은 13~19대 대선까지 일곱 차례 당선인을 맞춰왔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를 선택하면서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타이틀을 충북에 넘겨줘야 할 듯하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