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족했다" 5번 말한 '패장' 이재명... 잠행하며 재기 모색할 듯

입력
2022.03.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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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책임지고 당분간 잠행
대권 재도전 등 정치 이어갈 듯
'대장동 수사'가 발목 잡을 수도


패장의 마지막 말은 길지 않았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한 이재명 전 대선후보. "뭘, 진 사람에게 꽃다발을 주나." 꽃다발을 건네받고는 열없이 웃었다. 이내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준비한 메시지를 담담히 읽어내려갔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득표율 0.7%포인트를 못 채워서 진 것입니다.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들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짧은 인사말에서 이 전 후보는 자신의 '부족'을 다섯 번 말했다. 송영길 대표,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등은 눈시울을 붉혔다. 선대위는 약 40분의 해단식을 계획했으나, 이 전 후보는 20분 만에 자리를 떴다.

대선에서 석패한 이 전 후보는 이날부로 사인(私人)으로 돌아갔다. 2010년 경기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지 12년 만에 공직자 신분을 벗은 것이다. 그는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채 패배 후유증을 추스를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뒤엔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데 이견이 별로 없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강고한 정권교체 여론에도 윤 당선인을 근소한 차까지 따라붙으면서 후일을 도모해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가 이번에 얻은 표(1,605만여표)는 역대 대선 낙선자 중 가장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졌을 때 받은 표보다는 약 145만표나 더 얻은 것이다.

"재권 재도전, 이미 선택지에 있을 것"

1964년생인 이 전 후보는 윤 당선인보다 네 살이 젊다. 이 전 후보는 지난 4일 유세에서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한 측근은 "이 전 후보의 원래 목표는 올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기지사 재선에 도전하고 2027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권 재도전 가능성이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란 얘기다. 2012년 첫 번째 대선 도전에 실패한 뒤 당대표 등을 거쳐 2017년 대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처럼, 당내에서 '역할'을 하며 입지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대장동 등 수사가 '복병'

그러나 향후 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원팀'을 구축하며 여권 주류인 친문재인계와의 앙금을 상당 부분 씻긴 했지만, 완전한 화학적 결합까지 이룬 건 아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에 대해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후보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