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노동과 교육, 복지 등 사회 정책 분야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노동 정책들을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수정하고, 연공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형·직무급제로 전환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입 정책에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고 문 정부가 추진해온 자사·특목고 폐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응 체제도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를 유연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문 정부 들어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재계의 반발이 심했던 노동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하루에 16시간을 일하더라도 다음날 하루를 쉬는 방식으로 1년 동안 평균 근무시간만 최대 52시간에 맞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을 유지하며 '풀타임'(전일제 근로)과 '파트타임'(시간제 근로)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재택근무제 등 유연 근무 방식 도입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취업난과 세대별 임금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에도 메스를 들이댈 전망이다. 직원들의 업무 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 낮은 직급이라도 능력을 인정받아 업무 강도와 난이도가 높은 직무를 맡으면 근속 연수·직급과 무관하게 더 높은 연봉을 주는 직무급제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제도를 개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7일 유세에서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역설하는 등 제도 개편 의지를 수시로 밝혀 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산업별,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 차별화 등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건은 노동계 반발이다.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윤 당선인은 지지한 국민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자들을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인정하는 정책·정치를 펼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아예 "앞으로 5년은 노동자에게는 지옥의 시간이요, 자본가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은 이제라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교육 정책 역시 대폭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대입 정책의 경우 윤석열 당선인이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 제도를 만들겠다'며 정시 확대를 약속한 만큼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전체 모집인원의 40%를 현재 정시로 선발하고 있는데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시모집 확대는 빨라야 2025학년도 대입부터나 가능하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은 이미 대학별 시행계획이 발표됐고, 고2가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은 오는 4월까지 계획이 나와야 한다. 촉박한 시간상 고치기 어렵다.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확대가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정시 확대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역별·계층별 격차를 더 확연히 드러내 교육불평등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랑은 완전히 배치되는 방향이라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자사·특목고 폐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고교 유형 다양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사·특목고 폐지 방침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K방역으로 상징되는 코로나19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백신 접종 피해 보상 확대 여부다. 윤석열 캠프에 참여한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의 사인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며 “제3의 기구를 만들어 인과성 평가를 새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의 오미크론 변이 대응책보다는 장기적인 감염병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당선인도 이미 공공의료·필수의료 개혁을 약속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비상 상황에서 대응해야 하는 의료기관, 중증외상센터·분만실·신생아실·노인성질환 치료시설 등에 평상시보다 가산된 수가(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비용)를 받도록 ‘공공정책수가’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