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에서 새 대통령이 탄생한 10일, 북한은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시찰 일정과 ‘군사정찰위성’ 배치 계획을 공개했다. 누가 남쪽의 대통령이 되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내비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강경 대북정책을 표방한 만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최근 진행한 중요시험들을 통해 항공우주 사진 촬영 방법, 고분해능촬영장비들의 특성 등에 큰 만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해 쏘아올렸다고 주장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성능에 신뢰를 보낸 것이다.
북한은 정찰위성이 무력시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정찰정보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정찰위성 능력 확충이 지난해 내놓은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돼 있는 만큼, 정상국가의 일상적 훈련일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위성 궤도 안착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과 비슷해 북한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동선이 통상 하루 뒤 보도되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 시찰은 9일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남측 대선 날에 맞춰 ‘군사적 행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한 셈이다.
현재로선 북한의 목적이 ICBM 시험발사, 핵실험 재개 등 ‘레드라인(금지선)’ 근처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선제타격’ 등 북한의 무력시위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윤 당선인의 등장으로 북한이 고강도 도발 카드를 꺼낼 여지 역시 많아진 게 사실이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전후가 도발 적기로 꼽힌다.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도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서해에서 정보ㆍ감시ㆍ정찰활동 강화와 역내 우리의 탄도미사일방어(BMD) 대비태세 상향을 지시했다”며 진일보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경계했다.
북한은 아직 남측 대선 결과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면 가급적 반응을 삼갔던 전례를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남측 새 정부 출범과 정책이 공표될 하반기 전까지 공백기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대북 강경 원칙을 고수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군사적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