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여야는 저마다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구체적 판세 전망에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가 막판 상승세를 탔다는 판단에, 부동층 설득에 사활을 걸었다. 반면 윤석열 대선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자신한 국민의힘은 더 큰 승리를 위한 '정권교체 여론' 확산에 집중했다. 심상정 대선후보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목표로 내건 정의당은 '사표 심리' 차단에 주력했다.
3∙9 대선 엿새 전인 3일부터 본투표가 종료되는 9일 오후 7시까지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불가능하다. 각 당은 이러한 '안개 기간'을 적극 활용한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각 당에 유리한 쪽으로 판세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이날 각 당 최종 판세 전망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민주당은 판세를 '초박빙'으로 분석했다. 이 후보는 "수천 표, 수백 표로도 결판날 수 있는 박빙의 선거"라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바짝 붙어있다"고 했고, 조응천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은 "야구로 치면 '9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박빙의 판세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유권자들이 결국 '인물' 투표로 이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5%포인트 차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내놨다.
이에 민주당은 박빙의 판세를 좌우할 부동층 공략에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 집중했다. 부동층이 대거 몰려 있는 수도권을 마지막 유세 지역으로 이 후보가 선택한 이유다.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윤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진 젊은 여성층을 향한 읍소도 이 후보는 빼놓지 않았다. 이날 경기 고양 일산시장 유세에서 이 후보는 "딱 3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달라"며 "친지, 가까운 이웃 중 최소한 1명이라도 더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압승'을 자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분들이 (마음을) 정하면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직전 윤 후보가 5~8%포인트 우세했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게 이 대표 주장이다.
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가 지지율 견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 지지율을 크게 앞선다고 알고 있다"며 "큰 지지율 격차로 이길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승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우세한 후보로 지지가 쏠리는 '밴드웨건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라디오에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득표율이) 50%에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승을 예상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6.17%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심 후보는 이번에는 '두 자릿수 득표율'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 심 후보 지지율은 2~3%에 그쳤지만,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정의당은 분석했다. 안철수 대표를 향하던 표심 상당수가 심 후보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양당체제 종식 등 국민들의 정치교체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심 후보라는 판단에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20대 여성의 표심도 정의당의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심 후보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구를 반대하는 표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상당수의 유권자가 소신투표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