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의식했나... 문 대통령 "여가부, 여성만을 위한 부처 아니다"

입력
2022.03.08 16:02
세계 여성의 날 맞아 '여가부 역할' 강조
윤석열 페북에 '여가부 폐지' 공약 재소환

"차기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나 명칭, 형태 등에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여가부와 관련된 논의가 건설적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정영애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여가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받은 자리에서다. 사실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를 공론화한 이후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여가부의 명칭이나 기능 개편부터 폐지에 이르기까지 관련 공약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며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가부의 연혁과 성과를 되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가 여가부의 전신인 여성부를 출범시켰고, 노무현 정부가 가족과 보육 업무를 포함시켜 여가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시켰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당초 여성부 폐지를 추진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청소년 정책까지 이관해 간판을 여성가족부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진영을 불문하고 진보·보수 정부 모두 여가부 역할을 강화했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여가부 폐지론자의 인식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의 올해 예산규모가 1조4,600억 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하다"며 "양성 평등 관련 예산은 여가부 예산에서도 7% 남짓으로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젠더 갈등 증폭으로 여가부에 대한 오해가 커진 것에 대한 여가부의 책임도 거론했다. 다만 20년간 많은 정책 성과를 냈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소신이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 정책과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폭력·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 업무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게 시대적 추세이고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가부 폐지' 등 기존 여성 관련 공약을 재소환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등 그간 '한 줄 공약'으로 제시했던 젠더 공약을 다시 올렸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