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세계 중심적 금융 밀집 지역이다. 그 도심에 있는 펜스테이션(Penn station)이 새 단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펜스테이션은 뉴욕 교통 허브의 중심으로 1910년에 만들어진 철도역사이다. 대공황과 전후 미국의 발전기를 거치다 1965년 갑작스럽게 철거됐다. 당시 철거에 대한 찬반 논쟁이 매우 심했다. 많은 뉴욕시민들은 추억이 담겨져 있는 역사의 철거를 반대했지만 개발의 논리에 밀려 해체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이곳 펜스테이션이 새 단장하고 있다.
펜스테이션은 개발 논리와 시설의 장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철도역사라는 시설은 현대 도시화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체계의 거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류와 교통체계의 변화는 언제나 도시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과거에는 배를 중심으로 수로를 이용하던 체계가 가장 빠르고 편리한 교통체계였다면, 다음 시대는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철도가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되었고 그 흐름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내륙이동을 대표하는 시설이 바로 철도역사였으며, 이젠 도로와 항공 등과 연계되면서 광역의 교통체계로 펼쳐지고 있다.
철도역사의 도시거점적 기능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와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철도역사를 철거하거나 변경하는 결정은 아주 심각하게 이뤄져야 하며, 입체적이고 다양한 요소에 대한 검토를 수반해야 한다. 그간 국내에서 철도역사 위치를 선정하고 변화를 줄 때는 철도기술의 고속첨단화를 이유로 늘 기능적, 기술적 요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는데 그로 인해 인문학적 파급영향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측면이 있다.
한 도시에 왜 철도역사가 여러 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보인다. 이 논리의 배후에는 개발과 경제성의 논리가 숨겨져 있다. 저렴한 땅을 매입하고 그곳에 철도역사를 건립하고, 새로운 인프라가 주변부로 조성되면서 그 지역의 경제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구 철도역사 부지는 점차 쇠퇴하다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그 넓은 부지는 다른 용도의 개발사업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발의 논리에 철도역사와 기존의 도시 라이프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은 교통 관련 시설을 우리 마을에 유치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얻어 내겠다는 공약을 한다. 하지만 그 효과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취해가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기존의 이권이나 이해는 어떻게 변화되고 달라지는지에 대한 검토는 부실하다.
전통적 선진도시의 철도역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기존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그 위에 필요한 가치를 덧씌우고 해석해 나간다. 그것이 그 도시의 저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철도역사를 지을 때는 신중하고 최고의 노력을 더해야 한다. 철도역사는 그 도시의 얼굴이다. 특징없이 저렴하게 지어선 안된다.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고 주민들의 자랑이어야 한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교통시설 공약을 내놓을 텐데, 경제논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도시에 보다 존속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펜스테이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도시에도 정감과 사랑이 넘치는 철도역사가 하나쯤은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