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강원의 동해안 지역을 휩쓴 산불을 피하지 못한 채 남겨진 동물들을 돕기 위해 나선 동물권 단체들의 활동이 누리꾼들로부터 박수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재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동물 구호 활동 영상을 접한 이들은 위험을 무릅쓴 활동가들의 모습을 응원하며 산불에 화상을 입은 개들을 치료해달라며 긴급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이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의 조치를 무시하거나 이재민들과 마찰을 빚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4일부터 경북 울진 화재 현장에 찾아가 불에 탄 집에 남아 있던 동물들을 구조했다. 주민들이 목줄을 풀어주고 대피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집을 지키고 있던 강아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했다. 실시간 댓글로 구조가 필요한 또 다른 장소 관련 정보를 제보받고 구조 진행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현장에서 동물을 구호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산불로부터 동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해달라", "일시 후원을 했으니 좋은 곳에 써 달라"는 등 격려와 응원을 전했다.
또 다른 단체 '카라'는 울진군 동물보호센터에서 직원과 봉사자와 함께 동물들을 피난시켰다. 개들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켄넬(개를 운반하는 이동식 집) 기부자, 차량 이동 봉사를 하는 봉사자들과 함께 개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울진군청과 소통하며 개들을 보호할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라는 울진군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에게 집에 두고 온 반려동물 구호 접수를 받고 긴급 사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 SNS를 통해 "2019년 고성-속초 산불 이후 재난 시 반려동물도 함께 피난을 갈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3년째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동물권 단체가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은 채 이재민들을 지나치게 비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케어가 진행한 SNS 라이브 방송에서 차량 통제를 뚫고 위험한 현장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개가 산불을 피해 도망갈 수 있도록 목줄을 풀어주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말다툼이 일어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한 누리꾼은 "동물 구조도 좋지만, 소방당국의 통제는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재민들이 이기적이고 생명을 경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다른 누리꾼들은 "화재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는데, 이재민들이 예민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길을 뚫고 겨우 집에 왔다"는 한 이용자가 "울진에는 자차가 없는 노인들이 많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며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를 비난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케어 활동가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화재 현장에서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있는데 목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장을 떠나며 산불 상황이 더 긴박해지면 꼭 목줄을 풀어달라는 요청에 '사람이 더 중요하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더불어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는 "재난 현장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함께 힘썼고 주민들을 만나 화재 상황을 알렸다"며 "동물들이 불길을 피할 수 있도록 목줄을 풀어주고 축산농가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거절당한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위험하더라도 현장에 직접 들어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