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 폭탄을 날리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에는 치명타가 될 만한 조치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양쪽 시장에 원유 공급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매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만약 동맹 간 견해차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의회에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소속인 조 맨친,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이 러시아 원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찬성 입장을 밝히며 적극 거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에너지 제재 관련 질문에 “어느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며 줄곧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의 17%를 생산하는 세계 2위 수출국이다. 자원 부문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제한할 경우 러시아 경제는 더욱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 국제 유가 급상승이 불가피해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을 겪을 우려가 크다. 때문에 원유 수출 제재는 ‘극약처방’에 해당하는 최후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NBC방송과 CBS방송에도 잇달아 출연해 고강도 제재 추진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그는 “유럽에 머물며 동맹들과 추가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모든 조치들은 곧 실행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추가 조치들도 취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최근 조사에 착수한 것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의로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매우 신빙성 있는 보고서를 보고 있다. 이는 전쟁 범죄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정한 무기 사용과 관련해 믿을 만한 보고도 받았으며 이 자료들을 모아 신뢰할 만한 기관이 조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투에서 이긴다고 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니고, 도시를 점령한다고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