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5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36.93%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전국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 이후 30%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치였던 2020년 총선(26.69%) 대비 10.24%포인트 증가했고, 2017년 대선(26.06%)에 비해서도 10.87%포인트 늘었다.
당초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와 오미크론 확산세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집약된다. 초박빙 판세에 따른 진영 결집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접전을 벌이면서 '깜깜이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서 여야가 사전투표 독려 경쟁에 나선 것이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분산 투표' 심리를 자극했다. 본투표일(9일)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사전투표에 나선 이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첫 도입된 사전투표가 선거 문화의 하나로 정착한 측면도 있다. 전국선거에 한정할 때, 사전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11.49%)→2016년 총선(12.19%)→2017년 대선(26.06%)→2018년 지방선거(20.14%)→2020년 총선(26.69%) 등 꾸준히 상승해왔다.
유례없는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이 가장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 1~3위는 전남(51.4%), 전북(48.6%), 광주(48.3%) 등 호남이 싹쓸이했다. ①부동층 규모가 적고 ②사전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역대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임을 감안해도 이번 사전투표율은 이례적으로 높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은 이 같은 호남의 사전투표율에 대해 "단일화에 대한 강한 반작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는 2030세대가 적지 않은데, 지난 3일 윤 후보와의 단일화 선언에 대한 반발로 이들 중 다수가 투표소에 나왔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광주에서 61.1% 득표율에 그친 배경에는 30.1%를 기록한 안 후보의 선전이 있었다. 이번 단일화 선언으로 실망한 호남의 안 후보 지지층이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다만 호남의 사전투표율에 자극받은 영남 유권자가 본투표 당일에 결집할 수 있는 만큼 최종 승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따른 정권심판 여론이 사전투표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과반인 상황에서 사전투표 열기에 따라 투표율이 상승할수록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호남의 이례적인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호남의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임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을 겨냥한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서진 정책'의 효과가 사전투표율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역별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 경기(33.7%)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의 '안방'임에도 대장동 의혹과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등으로 투표를 고민하는 지역 주민이 그만큼 많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후보는 텃밭이자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경기에서 격차를 벌려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며 "경기의 사전투표율이 낮은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