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나흘 전 미사일 쏜 北... 정부 "유감→규탄" 비판수위 높인 이유는

입력
2022.03.07 00:10
北, 지난달 27일 이어 "정찰위성 개발 시험" 
우크라 사태에도 '군사력 강화' 의지 재강조
레드라인에 다가서자, NSC "규탄" 대응 높여

북한이 대선을 나흘 앞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발사 이후 엿새 만이자 올해 들어 벌써 9번째 무력시위다. 북한은 지난 MRBM 발사 때와 같이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 삼았다. 청와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행위를 규탄했다. 지난번의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이란 반응에서 "규탄"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대선이 눈앞인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복잡한 국제 정세에도 레드라인에 다가서고 있는 북한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전날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시험은 지난달 27일 '카메라 성능 테스트' 이후 두 번째다. 통신은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지령체계와 여러가지 지상위성관제 체계들의 믿음성(안전성) 확증"이라는 목적을 댔다. 미사일 개발이 아닌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시도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북한은 발사체 종류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엿새 전과 비슷한 MRBM으로 보고 있다. 비행거리 약 270㎞, 비행고도 약 560㎞로, 지난번과 유사하게 사거리 1,000㎞ 이상의 MRBM을 고각발사(높은 각도로 쏘는 방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발사 장소도 평양시 순안 일대로 동일하다.

정부의 태도는 보다 단호해졌다. 청와대는 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전례없이 반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NSC 상임위가 북한의 도발에 '규탄'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1월 30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표현 수위를 높인 배경은 '시점'에 있다. NSC 상임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베이징 동계패럴림픽과 국내 대선 일정이 진행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심이 러시아에 쏠려 있고, 정부도 대선을 앞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북한이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에 해당하는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는 것은 대외정세에 개의치 않고 군사력 강화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처럼 모라토리엄 파기에 다가서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장거리 로켓에 실어야 한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유사한데, 정찰위성이 ICBM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NSC 상임위가 "영변, 풍계리 등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더욱 면밀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섰다는 신호를 주면서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의 간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명분을 달라는 간접적 메시지도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