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중환자 치솟을 것"... 열흘 만에 위중증 300명 늘었다

입력
2022.03.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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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의료공백... 아슬아슬한 현장 
3주 빨라진 병상대란… "뾰족한 수가 없다"
누적 확진자 곧 전체 인구의 10% 넘을 듯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지난주 의료진 4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 환자도 일반 환자도 날마다 밀려드는데, 남은 의료진은 앞이 캄캄했다. 이 병원 의사 A씨는 "확진 의료진 격리 일수를 3일로 줄일까 논의했는데, 확진 3일째엔 상태가 도저히 호전되지 않아 5일로 조정했다"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이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대선 직후 수도권부터 병상이 부족해질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애초 이달 말로 예측됐던 '병상 대란'이 3주나 빨라질 거란 전망이다. 지나친 걱정이 아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열흘 만에 300명 넘게 늘었다.

또 병상 찾아 헤매야 하나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88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900명대에 육박했다. 지난달 24일 581명이었는데, 그 사이 300명 넘게 증가했다.

이날 전국 위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은 56.4%다. 방역당국은 이 수치를 들며 "의료 대응 여력을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병원 현장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잇따르는 의료진 감염 △포화 상태에 임박한 중환자 병상 △기존 입원 환자의 2차 감염 우려 등으로 병원 운영 자체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한다.

특히 중환자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대형 병원들마저 현재 의료 자원으로 버티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 4일 뒤 중환자 병상이 1,800개 이상 차면서 위기가 올 것 같다"며 "환자들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병원을 헤매는 일이 점차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환자 폭증 최소 2주 지속 예상

다른 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의사 B씨는 "지난주 퇴원시키려던 환자 2명이 퇴원 전날 갑자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진 일부 병원에선 입원 중인 확진자에게 미확진 보호자를 데려올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령 병상이 6개인 병실에 보호자가 오면 12명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도 "상당히 감염 위험이 높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문제는 중환자가 폭증하는 기간이 얼마나 오래갈 거냐다. 전문가들은 최소 2주간은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중증화 기간이 델타 변이 때보다 짧다는 임상 결과는 없다"며 "짧게는 10일에서 2주로 델타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확산세를 고려하면 2주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델타 변이 대유행 때와 비교할 수 없이 확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24만3,628명. 누적 확진자는 445만6,264명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사흘 뒤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10%(약 516만 명)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일 100만 명을 넘은 이후 400만 명까지 한 달, 그 이후 500만 명까지 사흘밖에 안 걸렸다.

"먹는 치료제 빨리 달라"

이대로라면 코로나19 환자는 물론이고 일반 입원 환자까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고도로 훈련된 대체 의료 인력을 투입하는 게 최선이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인력을 충분히 구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유통 과정을 개선하고 처방을 늘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병동에 들어오는 데 아직도 1, 2주가 걸린다. 이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팍스로비드를 더 많이 써서 환자들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