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타고 우크라이나 탈출 야스트렘스카, 리옹오픈 4강 진출... "우크라이나 위한 승리"

입력
2022.03.05 10:3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생과 함께 보트를 타고 탈출한 다야나 야스트렘스카(140위·우크라이나)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총상금 23만9,477달러) 단식 4강에 진출했다.

야스트렘스카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대회 5일째 단식 3회전에서 재스민 파올리니(48위·이탈리아)를 2-0(6-4 7-6<7-3>)으로 물리쳤다.

야스트렘스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6세 동생 이반나와 함께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탈출, 루마니아를 거쳐 이번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에 도착한 사연으로 관심을 끈 선수다. 특히 보트로 탈출하면서 부모님과 헤어져 사실상 이산가족이 됐으며, 이번 대회 주니어 선수인 동생 이반나와 복식에도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야스트렘스카는 4강에서 2번 시드인 소라나 크르스테아(30위·루마니아)를 상대한다. 야스트렘스카와 크르스테아는 이번이 첫 맞대결이다.

야스트렘스카가 WTA 투어 단식 4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7월 함부르크오픈 이후 8개월 만이다. 2019년 윔블던 16강에 진출한 경력이 있는 야스트렘스카는 지금까지 투어 대회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개인 최고 랭킹은 2020년 21위인 선수다.


마침 이날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밝힌 야스트렘스카는 “주위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승리 역시 우크라이나를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승리를 확정한 뒤 우크라이나 국기를 어깨에 두르고 인터뷰한 야스트렘스카는 "2세트에 다소 힘든 경기였지만 승리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졌다"며 "오랜만에 4강에 올라 기쁘다"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보트를 타고 프랑스에 온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는 그는 "처음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이기려는 에너지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이 대회 4강은 야스트렘스카-크르스테아, 장솨이(64위·중국)-카롤린 가르시아(74위·프랑스)의 경기로 펼쳐진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