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고 난 뒤 몸무게가 늘어요"

입력
2022.03.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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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8세 남성이 최근 6개월간 5㎏ 이상 체중이 늘어 병원을 방문하였다. 6개월 전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리고 이명과 현기증이 생겨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고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열흘간 복용하고 나서 체중이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어떤 약은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다. 체중 증가 메커니즘은 약물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식욕을 자극하거나 공복감을 높여 식사량이나 식사 빈도를 늘리기 때문일 수 있고, 기초대사율을 낮추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약물 복용이 피로감이나 호흡곤란을 유발해 운동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몸속 수분이 잘 흐르지 않아 부종을 유발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슐린, 경구 혈당 강하제 같은 당뇨병 약물은 혈당 변동 폭을 높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저혈당이 발생하면 식욕을 자극하게 된다. 일부 항정신병 약물과 항우울제는 복용 기간과 약물 용량과 약물 수에 비례하여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고혈압 약 중 일부 베타 차단제는 기초대사량을 4~9%까지 낮추고 체지방 분해를 방해하여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는 복용자 중 20%에서 첫해에 10㎏ 이상의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고 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체중 증가는 식사, 운동, 스트레스, 질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이 체중 증가 원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내가 어떤 약을 복용한 시점부터 체중 증가가 시작되었다면 그 약물을 체중 증가 원인으로 의심할 수 있다.

담당 의사를 만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 중 체중 증가 부작용이 흔한 약물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식사량이나 운동량 변화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병ㆍ의원에서 체중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쿠싱증후군 등 질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약 복용으로 인한 체중 증가가 의심되면 갑자기 약을 끊지 말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실제로 당뇨병 약물, 항우울제, 고혈압 약 가운데 체중 증가를 초래하지 않는 대체 약물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 중에도 체중 증가 부작용이 없거나 오히려 체중 감소효과가 있는 항우울제가 있어 주치의와 상의하여 교체하는 것이 좋다.

베타 차단제 고혈압 약을 다른 계열 약으로 바꾸면 체중 증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체중 증가 부작용이 적은 다른 약으로 처방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약을 중단하였을 때의 위험과 체중 증가로 인한 위험을 저울질하여 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면 적극적인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체중 조절을 병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약 복용으로 인한 체중 증가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약 복용을 시작할 때 의사와 상의해 체중 증가 부작용이 적거나 없는 약을 택하는 것이다. 체중 증가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꼭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면 복용하면서 적극적으로 식사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 체중 증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