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본격 막을 올렸다. 그런데 전국 규모의 선거 때면 늘 나오는 각종 의혹들 역시 다시 등장했다. 온라인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세 가지 '카더라' 소문들이 자주 눈에 띈다. 과연 그 소문 관련 진실은 무엇일까.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졌다. 선거를 2주 앞두고는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본투표일(3월 9일)에 확진자가 수십만 명 생기면, 그들이 투표를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당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 거소투표(우편투표) 신청 기한이 지나 자택에서 투표할 수 없고, 이들이 투표소를 찾아가 선거를 하면 자가격리 위반에 해당해 선거권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달 28일 강원 동해시 유세현장에서 "선거 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 명 나온다고 발표해서 여러분 당일 날 투표를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김부겸 총리는 '선거 당일 확진되는 수십만 명의 선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데, 그런 말이 통용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방역 당국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확진자‧격리자의 선거 참여를 위해 일시적 외출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과 본 선거일인 9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확진되거나 격리 중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 참여를 위한 외출 허가 문자를 여러 차례 발송할 것이며 당일 확진자는 확진 및 격리 통보 시 별도로 외출을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확진되지 않은 유권자와 동선을 분리한 뒤 따로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5시부터 외출이 가능하고 6시까지는 투표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선거 당일 9일에는 오후 6시~7시 30분 투표할 수 있다. 생활치료센터 내에 설치된 특별 사전투표소 10개소도 사전투표 2일차에 운영될 예정이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두 사람이 신문광고와 집회 발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에 불법 도장 사용', '투표지 분류기를 외부 인터넷망에 연결해 사전투표 조작' 등을 했다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부정선거방지대'를 발족해 조선일보(7회)와 문화일보(1회)에 본 선거를 독려하는 지면 광고를 냈다.
홍준표 국민의힘은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사전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일부 보수 정치인이 주장하는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에 대해 "음모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난센스라고 본다"며 "국민들 각자가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들은 사전 투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투표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전 선거 때는 보통 진보 진영에서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보수 진영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사전투표를 권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전투표해야 이깁니다'를 검색하면 '1번' 지지자, '2번' 지지자 가릴 것 없이 많은 게시글을 찾을 수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표 사(전투)표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사전투표를 독려했고, 윤석열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대한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썼다. 실제로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높아진다고 그 자체로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올라가면서 사흘(4, 5, 9일) 동안 투표 인원이 분산될 수 있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우편투표 조작설도 떠돌았다. 1월 코로나19 확진자는 거소투표(우편투표)를 하도록 하고, 자가격리자는 오후 6시 이후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보도에 "우편투표 사전투표 모두 거부하고 본투표하자", "확진자가 늘어나면 우편투표가 늘어나고 부정선거의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런 의혹 제기는 커뮤니티 내에서 ‘우편투표=부정선거' 아니냐는 여론을 만들었고, 한 커뮤니티에서는 "미국도 우편투표를 해서 민주당이 이겼다", "전자 우체국이 전남 나주에 있으니 우편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까지 이어졌다.
이 논란의 뿌리에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우편투표 조작설이 있다.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우편투표로 진행될 선거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엉터리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우편투표로 진행되면 외국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특정 진영이 표를 빼돌리거나 무자격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일, 개표장에 늦게 도착한 표가 개표되지 않는 일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성향 정책연구소 헤리티지 재단이 가지고 있는 부정선거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2년 이래 미국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다른 사람의 투표지를 빼돌리거나 매입한 경우, 죽은 사람의 투표지에 투표한 경우 등은 1,000여 건 보고됐다. 확률을 계산하면 0.00003% 정도이다. 실제 2020년 선거 이후 트럼프가 투표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선거 부정과 관련해 9개 주에 제기한 50건의 소송에서 전패하며 해당 논란은 종결되었다.
우편투표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 모두 선거장에 가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면적이 크고 선거장이 멀어서 우편투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거소투표를 하는 경우는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사람 ▲병원·요양소에 머물거나 수용소·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수용·수감된 사람 ▲사전투표소 및 투표소와 멀리 떨어진 영내 또는 함정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군인이나 경찰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외딴 섬에 사는 사람 등으로 일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