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각각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언급하다 '신기하게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 시민 논객의 질문이 발단이 됐다. 3일 MBC '100분 토론' 본방송 이후 유튜브 생방송에서 한 시민이 "각자 후보에 대해 고쳤으면 하는 약점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약점인 듯 약점 아닌 강점' 말고 진짜 약점을 제대로 짚어 달라고 당부했다.
"배우자 흉보는 척하며 자랑하는 것 하지 말라는 말씀"이라는 유 전 이사장의 정리하에 원 본부장부터 말문을 열었다. 원 본부장은 윤 후보에 대해 "약점 내지는 정말 말리고 싶은 건 좀 '업'돼서 자신감이 생기면 너무 거침이 없다"며 "그래서 '브레이크'를 좀 많이 달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 본부장이 걸겠다는 브레이크는 유 전 이사장이 먼저 걸었다. 원 본부장이 "왜냐면 그동안 살아 있는 권력 또는 전직 대통령에게 그냥 눈치 안 보고 들이박아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라고 자랑을 섞었기 때문이다. 유 전 이사장은 "그거 하지 말랬잖아요. '우리 남편은 돈만 많이 벌어다 주지 딴 거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과 같다"고 핀잔을 줬다.
원 본부장은 "다시 하겠다"며 "다 아시잖아요. 다른 사람에 대한 눈치가 좀 없다. 다리 벌리는 것도 그렇고, 신발 올리는 것도 그렇고"라고 정정했다. 그는 "약간 상황 파악이나 눈치가 부족할 때가 있어서 너무 그냥 자기 편한 대로 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다"며 "이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약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고치기 어려운 약점일 것 같다. 개선된다는 느낌이 있나"고 묻자, 그는 "하도 잔소리를 하니까. 너무 잔소리하면 주눅이 드는 게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걱정되는 건 권력이라는 후광이 쌓이고 옆에서 아부만 하면 어떨까(걱정된다)"라고 말을 줄였다.
유 전 이사장은 "그게 포인트다.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무지하게 걱정된다. 진짜 100% 공감된다"며 격하게 동의했다. 그러자 원 본부장은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유 전 이사장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자,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라고 수긍했다.
유 전 이사장이 밝힌 이 후보의 약점은 "손익계산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는 "지도자는 때로 '누가 봐도 손해 보는 느낌인데 저걸 하네' 이런 게 좀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는) 지나치게 완벽할 정도로 그런 게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원 본부장이 "살짝 넘나드네. 칭찬과 디스(비판)를" 하고 끼어들었다. 동시에 "저도 똑같이 생각한다"며 "머리를 쓰는 게 자기 계산이나 상대방에 대한 조종, 현실에 대한 조작 이런 머리로 쓰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어떨 때는 우직하게 손해도 보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이 "완벽한 사람이 어딨냐"고 되받자, 원 본부장은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답하며 설왕설래는 끝났다. 진행자는 "두 분이 각 후보의 약점을 얘기하면서 만족하며 웃고 계시는, 신기하게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