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 열풍이 봄을 맞아 다시 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비자 요청에 단종됐던 상품이 줄줄이 복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오래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제품을 홍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4일 홈플러스가 SPC삼립,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와 손을 잡고 내놓은 '크림삐어'가 대표적이다. 전국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크림삐어는 SPC삼립의 '정통 크림빵'을 모티브로 기획된 상품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수제맥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1964년 첫 출시된 SPC삼립의 크림빵은 지금까지 19억 개나 팔린 스테디셀러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가공빵 가운데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오래됐으며, 고 허창성 SPC 명예회장이 특별히 애정을 보인 빵이기도 하다. 홈플러스 측은 "오랜 기간 대중적으로 사랑받아 온 크림빵처럼 대중적이고 부드러운 맛을 갖춘 맥주임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40년 전통의 과자 '뻥이요'도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서울식품이 1982년 선보인 추억의 과자 뻥이요를 활용해 돈까스와 마카롱 제품을 출시했다. 돈까스는 빵가루 대신 잘게 분쇄한 뻥이요 과자를 사용해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마카롱 제품의 경우 뻥이요 맛의 크림과 과자가 필링(가르니뛰르)으로 채워졌다. 과자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협업이다.
식품업체들이 연달아 '추억의 식품' 카드를 꺼내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띠부씰 수집 열풍을 다시 불러오며 오픈런부터 '웃돈 거래'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일주일 만에 판매량은 150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오리온이 단종 15년 만에 재출시한 와클은 지난 10개월 동안 누적 판매량만 780만 개로, 매출액은 60억 원에 달한다. 팔도가 1998년 최초 어린이음료로 출시했던 '뿌요소다'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요청에 단종 13년 만인 지난해 3월 다시 세상에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뉴트로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력 높은 기성세대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당시의 패션과 브랜드가 다시 유행하며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에게 '힙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성공으로 뉴트로 브랜딩이 유통업체들에게는 '쉬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며 "관건은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