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병원 폭격한 푸틴, "우크라군이 민간인 '인간 방패'로" 궤변

입력
2022.03.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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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후 첫 공개 연설 나서
침공 정당성 수차례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민간인들의 피해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을 드러냈다. 2,000명이 넘는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는, 그야말로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자신이 일으킨 전쟁은 정당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등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서 “특별군사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모든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 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이번 침공을 지칭하는 단어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습 침공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이날 회의 연설은 국영 TV를 통해 방영됐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며 “민간인들은 러시아군이 제공한 안전한 탈출로를 통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 제2 도시 하르키우, 동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주택, 아파트, 학교, 병원 등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지난 2일까지만 해도 무려 2,000명 안팎에 달하고(우크라이나 재난당국 발표) 이 중 어린 희생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간 방패’ 발언은 책임 회피이자 궤변이라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에서 침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을 ‘같은 민족’이라고 지칭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서방으로부터 위협받고 세뇌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을 위해 싸운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신나치’를 뿌리 뽑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경선은 수년간 서방이 만들어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자신들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결코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초고강도 대(對)러 제재를 던진 미국 등을 향해서는 “서방이 만들어낸 반(反) 러시아 전선을 부숴버릴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러시아가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가로막혀 고전하고 병참 문제와 전략적 실수에 직면해있다는 서방 국가 정보기관의 관측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내에서 비등하는 반전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 작전은 성공하고 있지만, 군인들은 희생되고 있다”며 “전사한 장병들에게 영웅상을 수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에겐 금전적 보상을 약속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