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던져진 것으로 추정되는 개의 사체가 단지 화단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범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 20일 새벽 3시경,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약 4kg 정도 소형견이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개는 발견 당시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누운 상태로 잠시 몸을 가누다 이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개를 발견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경찰에 신고한 뒤, 사체를 임시 보관 장소로 옮겼습니다.
이 사건은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 Act)가 인근 주민의 제보를 받고 사건 다음날 현장을 찾아가면서 알려졌습니다. 위액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개가 던져지는 모습이 담긴 CCTV나 증언은 없었지만, 개가 낙하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확보했다”며 누군가 고의로 개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위액트는 SNS를 통해 “사건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유주,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모두 사체를 수거해가지 않으려 한다”며 개의 사체를 수습한 뒤, 관련 제보 자료를 모아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위액트는 “관리사무소 신고만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동물보호단체 이름으로도 고발장을 재차 제출하게 됐다”고 고발 사유를 밝혔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건 당일 신고와 위액트의 고발장을 병합한 뒤, 25일 위액트 사무실에 방문해 개의 사체를 확인했습니다. 개의 사체 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큰 외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온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위액트는 이 점을 들어 내부 출혈 또는 장기 파손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체를 통해 개의 관리 상태도 추정해 볼 수 있었습니다. 위액트에 따르면, 개의 네 발바닥에는 상당량의 소변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는 개가 집에 있을 때 제한된 공간에서 상당 기간 방치됐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죽은 개에게는 죄스러운 일이지만, 더 자세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체를 부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에서 사체를 확인하고, 부검도 진행될 예정이지만 범인을 찾는 일은 녹록지 않을 듯합니다. 목숨을 잃은 개는 동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개를 직접 던지는 모습을 본 목격자도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인을 특정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은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위액트의 주장으로는 아파트 주민 일부가 ‘이 사건을 조용히 덮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유형의 다른 사건을 살펴봐도 이번 사건의 해결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해 8월,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길고양이 추락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건 당일 목격자가 있었으며, 길고양이를 평소에 돌보던 캣맘이 현장에서 사체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 범인을 찾을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해당 길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주민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해당 아파트는 군인 숙소 아파트라는 특성상 군부대 관계자 혹은 그 가족 중 용의자가 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했습니다. 즉,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는 뜻이죠. 실제로 사건 발생 3주 만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해 사건 기록을 군부대로 넘겼으며, 부대는 용의자를 조사한 뒤 군 검찰로 넘겨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선 사건과 비교해 봤을 때, 이번 사건 수사는 분명 쉽지 않습니다. 일단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합니다. 사건이 심야 시간에 벌어져 목격자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가, 일부 주민들이 쉬쉬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하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위액트는 이에 대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증거와 제보가 꼭 필요하다”며 “경찰에 최대한 협조해 학대를 입증하고 학대자가 그의 죄질에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액트는 현재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탄원서도 모집 중입니다. 탄원서에는 현재 5,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난항이 예상되는 수사 환경에서 경찰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