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사 제목이다. 섣부른 오판이 부른 화(禍)일까. 개전(開戰) 일주일을 넘긴 시점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적표가 처참한 수준이다.
과거 러시아 제국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호기롭게 국경선을 넘었건만, 전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육ㆍ해ㆍ공군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침공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전 세계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수도 키이우(키예프) 코 앞에서 발이 묶였다. 러시아군 일부는 식량과 연료 부족 등 병참 문제로 사기가 저하된 상황이라는 보도도 잇따른다.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됐다. 중국, 북한 등 몇몇 우호국을 제외한 지구촌 모든 나라가 등을 돌렸다. 실제 전쟁을 일으킨 행위부터, 국제사회의 ‘금기’인 핵 카드를 꺼내 들고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한 까닭이다. ‘노련하고 실용적이며 계산적인 교활한 지도자’라는 평가에도 금이 갔다. 국제정세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은 물론, 달라진 '현대 전쟁' 운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의 오판은 러시아 몰락을 재촉하는 독화살로 되돌아올 분위기다. 미국 등 서방이 제재 고삐를 연일 바짝 조이면서 내부 경제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국민 삶은 팍팍해졌다. 식료품 가격이 연일 치솟는 반면 돈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심은 식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연일 반전(反戰) 시위가 벌어진다. 정부가 벌써 7,6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을 체포한 가운데, 엘리트층의 분열을 막기 위해 조만간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초반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상황은 뒤집어질 수 있다. 전쟁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다만 빠른 시간 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흐른다면 푸틴 대통령에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존 나글 미 육군대학원 객원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전쟁은 푸틴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충수가 될 위험”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