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게임체인저? 그런 건 없다

입력
202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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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생한 지난 2년여 동안 수많은 치료제 후보물질, 백신 후보물질들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탁월한 효과를 가진 제품을 기다리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그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의 새로운 백신들도 있었고 얼마 전에 상품화되어서 사용되고 있는 경구용 치료약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깨끗이 끝낼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되기를 오랫동안 고대해왔다.

그런데 이미 여러 종류의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코로나19 전용 치료제로 개발되어 2종이 사용 중임에도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물론 백신 덕분에 많은 상황이 호전되었고 경구용 치료제는 감염환자들의 위중증을 상당히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주도하는 상황을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상적으로 바꿔줄 게임체인저로서는 백신이나 치료제 모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감염병, 특히 변이주가 횡행하는 대유행 상황에서 게임체인저에 대한 기대는 사실 답을 얻기 어렵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나 백신 등이 개발되어 사용되었지만, 이것이 대유행 상황을 끝낸 게임체인저였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어쩌면 임상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의 수고가 새로운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기대했던 치료제나 백신은 주식시장이나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감염병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종결자로 정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감염병을 막는 방역은 어떻게 해야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발전할까. 우선은 해당 병원체,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별해 내는 우수한 진단기술과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우수한 효능의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해서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런 의약품들은 의료 현장에서의 수고를 크게 줄여줄 수 있는 좋은 도우미들이다. 물론 감염병을 잘 제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이를 잘 운용할 수 있는 역학적 분석 능력 등도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였듯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요소들 모두가 균형 있게, 역할에 잘 맞춰서 물 샐 틈 없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비로소 우리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바이러스나 세균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 의료 현장에 직결되는 기술과 자원만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불안해하고 어렵게 버텨내는 일반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방향과 정책을 제시하는 정밀함도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너무 일러 보일 수도 있지만, 다음 번 감염병의 대유행을 코로나19의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두 가지 기술과 요소의 강화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결국은 방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적, 인적, 물적 모든 요인들을 공공의 목적에 맞춰 강화하고 지속해 나가야 한다. 설령 조금은 엇갈리게 이가 빠진 부분이 있더라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잘 구축된 전 주기적 시스템만이 방역의 최종적인 목표인 안전을 담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홍기종 가천대의대 교수·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