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더 이상 통신회사로 안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KT는 '코리아 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 테크놀로지'가 될 것입니다."
구현모 KT 대표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행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전략방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가져온 탈통신 행보와 성과 등을 제시하면서 특히 체질개선의 뜻을 분명하게 내비쳤다.
구 대표는 "지난 15년 이상 매출이 성장하지 않으면서 통신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고객 측면에서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측면에서는 디지코 영역으로 KT의 운동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2020년 취임 후 인공지능(AI)·디지털혁신(DX),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주력으로 하며 역량을 강화해 왔다.
지난 2년 동안 KT는 AI·DX 분야에서는 310만 AI스피커인 '기가지니' 가입자 확보, 14개 인터넷데이터센서(IDC)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 여러 기업과 AI 사업 협력을 전담한 'AI원팀'까지 구성하면서 역량 확대에 주력했다. 미디어 분야에선 지난해 설립한 KT스튜디오지니를 컨트롤타워로 두고 스토리위즈, 시즌, 지니뮤직 등 미디어 계열사를 재편해 원천 스토리부터 제작, 국내외 유통까지 포함한 미디어 밸류체인도 완성했다.
취임 3년 차를 맞이한 구 대표는 향후 탈통신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매출) 4,400억 원 성장했는데 사실 더 할 수 있었다. 지난해 돈 안 되는 사업을 정리한 게 900억 원 정도"라며 "앞으로는 옛날처럼 안에서 뭉쳐 섞여 가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융과 미디어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방침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이다. 구 대표는 "올해 스튜디오지니에서 만든 콘텐츠를 넷플릭스 같은 해외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판매할 것"이라며 "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한금융과 지분 교환, 핀트·파운트에 투자를 하는 한편 전문가도 많이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을 넘어 미디어 콘텐츠, 금융 플랫폼, IDC·클라우드 서비스, AI 빅데이터까지 공급하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발전한다는 복안이다.
구 대표는 이어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 B2B 고객과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까지 확장해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구 대표는 이번 MWC 기간 중 세계이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CP)가 통신망 투자를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 대표는 "글로벌 CP가 차지하는 트래픽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망 투자비용이 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망 이용요금도 증가할 수 있다"며 "글로벌 통신사들과 ‘컨센서스’를 형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