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투어는 팬데믹 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북미 투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떤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듣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공연이라 궁금하기도 하고요. 국내 공연에선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환호할 수가 없어 그런 게 그립기도 했는데 미국에선 어떨지 궁금합니다.”
국내 대표 인디 밴드 중 하나인 아도이가 팬데믹을 뚫고 데뷔 후 첫 북미 투어에 나선다.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등 해외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연 K팝 그룹들에 이어 인디 음악가들도 서서히 해외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아도이도 그중 하나다. 당초 지난달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해 15개 도시를 돌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일부 도시 공연이 취소되면서 5개 도시로 축소됐다.
8일 보스턴에서 시작해 18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로 끝나는 투어를 위해 6일 출국할 예정인 아도이의 네 멤버 오주환(보컬), 지(ZEE·키보드), 정다영(베이스), 박근창(드럼)을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만났다. 밴드 내에서 곡 작업을 주도하는 지는 “2019년 태국에 처음 갔을 때 상상했던 것과 달리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놀랐는데, 그래서인지 태국에서 했던 두 번의 공연은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공연”이라면서 “미국 공연도 우리의 상상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15년 결성해 2017년 데뷔한 아도이는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음악가들이 뭉친 슈퍼밴드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이스턴 사이드킥의 멤버였던 오주환과 박근창이 일렉트로닉 밴드 프럼 디 에어포트의 지, 인디 밴드 도나웨일과 트램폴린을 거친 정다영과 뭉쳐 결성했다. 밴드의 이름은 오주환의 반려묘 이름 요다(Yoda)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아도이는 1980년대 팝 음악의 영향을 받은 신스팝과 이름 그대로 꿈꾸는 듯 부유하는 드림팝, 도회적인 시티팝이 뒤섞인 음악을 연주한다. 이들의 연주를 가리켜 ‘청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음악이라고들 말한다. ‘커머셜(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인디’를 표방한 아도이의 음악은 감각적인 비주얼과 함께 2030 세대의 감성을 사로잡았고, 순식간에 국내를 넘어 일본과 태국, 홍콩, 대만, 필리핀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던 아도이의 인기는 코로나19라는 벽에 막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2020년 준비했던 두 번째 아시아 투어는 취소됐고 국내 공연도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인천, 지난달엔 대구에서 공연했는데 거의 8개월 만에 하는 대면 공연이었어요. 원래 공연을 자주 하는 편이고 해외 공연도 자주 했는데 못 하게 되니 답답했죠. 그래도 한편으론 그만큼 앨범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앨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오주환, 박근창)
팬데믹 이전 두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아도이는 지난해 세 번째 EP ‘허(Her)’를 낸 뒤 온·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하며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커머셜’을 지향하지만 별도의 소속사 없이 멤버들끼리 팀을 꾸려가는 것이 이들의 특징. 오주환은 “경험이 많이 쌓이기도 했고 주위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앨범 발매나 공연도 우리끼리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아도이는 미국 투어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다. 음악 활동 외에 영상, 패션, 가상 자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다. “처음 밴드를 결성할 때 목표는 100% 이상 이룬 것 같아요. 처음엔 이렇게 7년 동안 활동할 거란 예상도 못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밴드를 운영해 나갈지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고민해봐야죠. 지금 목표는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멤버들의 건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겠죠.”(밴드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