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서울 도심 곳곳 집회 몸살… 선거 유세 외피 '꼼수 집회'도

입력
2022.03.01 18:00
전광훈·국민혁명당, 청계광장서 대규모 집회
집합 인원 제한 없는 선거 유세 형식 동원
선관위 "집회로 변경" 경찰 "통지 못 받아"
이재명·윤석열 후보도 도심서 선거 유세

3·1절 서울 도심은 크고 작은 집회와 선거 유세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모임 인원 제한이 없는 선거운동 형식을 빌려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방역 지침을 위반한 '꼼수 집회'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경찰은 인원 통제를 하지 않았다.

외양은 선거운동, 실질은 종교행사

이날 전광훈 목사 등이 주최한 '3·1절 광화문 1천만 국민기도회'는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국민혁명당 지지자 등이 집회 장소인 중구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광장 일대는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참가자들이 빽빽하게 모였고 청계천 양쪽 도로에도 150m가량 밀집 대열이 형성됐다. 무교동사거리 등엔 인터넷 중계 영상으로 집회를 보는 이들이 자리했다.

오전 행사는 선거 유세 형식이었다. 11시부터 종로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구본철 국민혁명당 후보가 무대에서 연설했다. 오후엔 본격적인 기도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정부를 비판했고, 찬송가나 '아멘' '할렐루야'를 합창했다. 무대에선 "여러분의 눈물의 씨앗을 주님께 드리겠다"며 헌금을 독려하는 발언도 있었다. 전광훈 목사는 오후 2시에 무대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 비판 발언을 했다.

이처럼 선거운동과 종교행사를 뒤섞은 형태로 집회가 진행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도 따라붙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상 선거 유세는 집합 인원 제한을 받지 않지만 종교행사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299명만 참석이 허용된다.

선관위 "집회" 판단… 경찰은 개입 안해

경찰은 해당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40여 개 부대를 광화문에 투입해 교통 통제와 질서 유지 활동을 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회 인원을 통제하진 않았다. 앞서 경찰은 선관위에서 '선거 유세가 일반 집회로 변경됐다'고 판단하면 합당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선관위는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국민혁명당 선거 유세가 집회로 변경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12시까지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이 진행됐고, 그 이후로는 집회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도심 곳곳 3·1절 집회로 혼잡

공휴일인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오전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소녀상 앞에선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이 '3·1 운동 103주년 민족자주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들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시도, 역사 왜곡, 방사능 오염수 방류 추진 등을 규탄했다.

동학실천시민행동과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의열단 복장을 하고 '3·1대혁명 103주년 기념 시민대회'를 열었다. 애국자시민모임연합은 시청역 부근에서 3·1절 기념 행진을 진행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선거 유세에도 군중이 모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후 2시 중구 명동 눈스퀘어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낮 12시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 오후 2시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각각 유세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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