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대(對) 유럽행 육로 화물운송도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의 중추 역할을 해왔던 해운 운송의 동맥경화가 심화된 가운데 러시아의 육로 운송은 아시아와 유럽 간 활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 강화와 우크라이나 국경 폐쇄 등의 조치가 점쳐지면서 글로벌 물류에 대한 먹구름도 다가오는 양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글로벌 해상 운송 화물들이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몰리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전 세계 물동량 증가와 수에즈 운하에서 에버 기븐호 좌초로 해상 노선이 막히면서 해운 운임은 6배 증가했고, 배송 기간도 최대 4배까지 늘었다. 이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행 화물들을 선박 대신 TSR에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러시아 화물 운송량은 전년대비 4.9% 감소했지만, 지난해엔 5.5% 증가하면서 반전됐다. 러시아 화물 운송 중 철도 비중은 46%에 달한다.
문제는 러시아 TSR의 유럽행 주요 화물 서비스 노선들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벨라루스 등 동유럽 국가들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국경 폐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럽행 내륙 운송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러시아 현지에서 TSR 물류사업을 벌이는 국내 기업 LX판토스 내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LX판토스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헝가리 등 동유럽까지 화물을 보내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폴란드 노선에서 정기 복합화물 운송 서비스도 개시했다. LX판토스 관계자는 “현재 TSR 운송 서비스에 특별한 차질이 발생하진 않고 있다”면서도 “전쟁이 전면전으로 커지면 내륙 운송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글로벌 해운 운임이 오히려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한 곳이고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 등 글로벌 주요 원자재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선적이 어려워지는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 수출이 막히면 글로벌 전체 물동량이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은 주요 해상운송 선박의 항해 경로 및 거점 항만과는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분쟁 장기화에 따른 화물 수요 감소가 해상 컨테이너선 운임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