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부동층'이라 불린다.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우군이었던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도 확 쏠리지 않은 채 선거에 거리를 두고 있다.
윤 후보의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들이 결국 이 후보에게 결집할 거라고 민주당은 기대한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최근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정치합시다2’에 출연해 “(젠더) 갈라치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2030대 여성들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기대는 실현될까.
최근 여론조사에선 그런 조짐이 다소 보인다. 지난달 24~27일 실시한 오마이뉴스ㆍ리얼미터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은 32.4%로, 윤 후보(24.8%)를 7.6%포인트 앞섰다.
올해 1월 1주차(2~7일 실시) 조사에서 이 후보(29.2%)와 윤 후보(27.1%)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박빙이었고, 이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1월 2주차(9~14일·이 후보 29.6%, 윤 후보 28.2%)→3주차(16~21일·이 후보 28.2%, 윤 후보 28.6%)→4주차(23~28일·이 후보 29.4%, 윤 후보 29.7%)→2월 1주차(2~4일·이 후보 29.1%, 윤 후보 29.3%) 등이었다.
지난달 들어 달라졌다. 이 후보 지지율은 30%대에 안착했다. 2월 2주차(6~11일) 37.7%→3주차(13~18일) 36.0%→4주차 주중(20~23일) 37.4%→4주차 주말(24~27일) 32.4%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윤 후보의 지지율은 23.4%→25.5%→21.4%→24.8%로, 20%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안티 페미니즘 행보가 누적되며 20대 여성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윤 후보는 올해 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해 20대 남성의 지지를 발판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등으로 수차례 논란을 빚었다. 최근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법개혁 공약 보도자료에 여성 혐오 단어인 ‘오또케’가 포함돼 실무자가 해촉되기도 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1일 기자 간담회에서 "2030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네거티브 선거전인데, 윤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2030대 여성이 이 후보 쪽으로 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20대 여성이 '결집했다'고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이 후보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로 인해 이 후보에게 여전히 반감을 가진 20대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해보면, 이 후보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거부감은 상상 이상”이라며 “안희정ㆍ오거돈ㆍ박원순 등 민주당에서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터진 데 대한 거부감도 여전하다”고 했다.
‘4자 구도’ 대선도 변수다. 가령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 구도라면 ①문 대통령 호감도가 높고 ②국민의힘에 대한 비토 정서가 뿌리 깊은 20대 여성 상당수가 이 후보로 쏠릴 공산이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심상정 대선후보, 당장의 도덕성 리스크가 없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라는 대체재가 있는 한 20대 여성 표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과 극단적 선택 때문에 치러졌다. 민주당은 여성 시장 후보를 내 만회를 노렸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 표심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40.9%)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44.0%)에게 양분됐고, 다른 제3지대 후보에게도 15.1%의 표를 줬다.
극단적인 '차악 선택'에 내몰린 20대 여성의 이번 대선 투표율이 과거 선거보다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 응답률이 유독 낮다”며 “이는 선호하는 후보가 별로 없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