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류 브랜드 론칭까지…유통가의 NFT 활용 '세 가지 방법'

입력
2022.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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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익 구조 설계하고
②MZ세대 마케팅 수단
③'명품 보증서' 등 차별화로 기업 신뢰도 향상

롯데홈쇼핑이 지난 9일 업계 최초로 '입을 수 없는' 의류를 출시했다. 분홍색 스팽글로 포인트를 준 롱 코트인데,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도입할 예정인 디지털 가상의류다. 해당 제품은 가상모델 루시가 착장해 '입을 수 없어도 즐길 수는 있는 옷'으로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복제가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 NFT가 게임·예술 분야를 넘어 유통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수익 창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유입,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여러 효과가 기대돼 적용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가상의류부터 디지털 미술품까지…가능성 무궁무진

1일 유통가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패션업계다. 이미 구찌, 루이비통, 나이키, 아디다스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수익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2월 NFT 프로젝트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자체 NFT를 판매해 2,300만 달러(약 277억 원)를 벌어들였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4월 앱을 통해 'NFT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하고 가상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 가상의류를 실물상품과 연계해 판매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LF의 브랜드 헤지스도 올 상반기 중 NFT 마켓에서 자사 3D 캐릭터 '헤지스 프렌즈'를 판매할 계획이다. 업체들은 NFT 기술을 제품 제작에 활용하면 흥행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축소해 원자재와 시간 등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백화점들은 최근 공을 들이는 예술품 판매 사업에 NFT를 접목하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국내 1위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280억 원을 투자했는데, 서울옥션 자회사가 NFT 예술품 경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자체 제작한 NFT를 증정하는 이벤트로 고객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BBQ 캐릭터 '치빡이' 30만 원에 팔린 사연

식품업계에서는 NFT가 집객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제너시스BBQ의 NFT 증정 이벤트로 개발된 캐릭터 '치빡이'는 최근 한 NFT 마켓에서 최대 30만 원에 거래되며 입소문을 탔다. BBQ 관계자는 "NFT 보유 고객을 늘린 후 해당 고객에게만 할인 등 차별화 VIP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지난해부터 NFT 기술을 적용한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플랫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경쟁사는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 전략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자연스레 매출도 따라왔다. 디지털 보증서를 도입한 지난해 8월 26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SSG닷컴의 전체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뛰었고 이를 적용한 협력업체의 매출은 84% 증가했다.

무형의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봉이 김선달'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업계는 MZ세대 중심으로 수익성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비트코인도 하는 MZ세대는 흡수력이 빨라 NFT도 금세 익숙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소유보다 체험의 가치를, 대중성보다 희소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열망이 NFT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미래 화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모험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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