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선을 9일 앞두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여야가 군 수뇌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편을 들라”로 강요해 빈축을 샀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아야 하는 군마저도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든 이용하겠다는 정략적 발상이다.
국방위는 당초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열렸지만 여야의 관심은 온통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쏠렸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국방위에 출석한 군 수뇌부는 4시간 내내 정치 공방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곤혹스럽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의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두 눈의 시력 차가 큰 상태) 의혹을 제기하며 정석환 병무청장에게 “시력이 널뛴 윤 후보가 부동시로 병역을 회피한 것 아니냐”고 대놓고 물었다. 공군 예비역 소장인 정 청장이 “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기 의원은 “국민들이 의문을 갖는 사안에 입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정 청장은 “그건 국민 판단의 자유이고 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할 뿐”이라고 거리를 뒀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서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6개월짜리 초보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한 이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었다. 이에 서 장관은 “대선 이야기가 자꾸 나와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곤혹스럽다”며 대선 관련 질문은 가급적 피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서 장관의 호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 장관이 다른 일정으로 오후에 자리를 뜨자 박재민 차관에게 불똥이 튀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이 “수도권에 사드가 배치되면 어디에 둘 것이냐”고 대뜸 물은 것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윤 후보 공약의 허점을 들춰내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박 차관이 “정부기관이 특정 대선 후보 공약에 대안을 미리 검토해놓지 않는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대선 끝날 때까지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호통을 쳤다.
군복을 입고 출석한 현역 장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 의원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2020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려면 사드 1개 포대로는 부족하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대신 출석한 박정환 합참 차장에게 “합참의장이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에 박 차장이 “사드 1개 포대 능력 자체를 설명한 것이고 사드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상층 방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방공무기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성 의원은 오히려 “제복 입은 군인이 양심을 내려놓고 정치적 판단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여야의 편향된 질문은 ‘자기 발등을 찍는’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여당이 윤 후보의 부동시를 지속적으로 문제삼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과거 윤 후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시절에 다 방어했던 내용”이라며 “현재의 민주당이 2년 전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 논란과 관련해 야당은 “미래 특정 시점의 위협에 대비한 예방타격과 달리 윤 후보가 말한 선제타격론은 확실한 도발 징후가 있고 감당 못할 피해가 예상될 때 행하는 자위적 개념으로 유엔헌장과 작계에도 있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선제타격은 군사 전문가 영역으로 정치지도자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말한 정치지도자가 있느냐”고 서 장관에게 물었고 “제 기억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