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두고… 이재명 VS 윤석열 '날선 공방'

입력
2022.02.26 14:42
李 "'평범 이하' 지도자 안돼… 尹, 전쟁광" 
尹 "'종이쪼가리'로는 안전 보장 못 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의 언급이 사뭇 다르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저마다 유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도자의 자질'을 언급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호전성'을 지적하고, 윤 후보는 '강한 안보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현 정부와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한다.


李 "지도자가 전쟁을 좋아하면 안 된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김포 유세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한 후 "세계 최강의 미군과 우리는 안보 동맹을 맺고 있다. 혈맹"이라며 "그러니 우리는 (전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문제는 지도자다"며 "지도자가 평범하기만 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평범 이하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좋아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 후보가 자질이 없는 후보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의 호전성이 국가 안정을 위협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대북 선제타격 등과 같은 윤 후보의 언급을 비판해왔다. '유능한 경제대통령'을 슬로건으로 건 이 후보는 민생∙경제를 위해서라도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尹 "李 안보관으로는 경제 번영 불가"

윤 후보는 같은 날 인천 유세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종이쪼가리에 선언문 하나 쓰자고 모든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보라. 선언문∙협약서를 만들어서 그 나라의 안정이 보장됐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한 점을 우크라이나 사태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는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그런 협정서∙선언문은 절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 나토(NATO)가 가입을 해주려 하지 않는데 가입을 공언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건드려서 (전쟁이) 생긴 것이라는 안보관으로는 절대로 경제를 번영시킬 수가 없다"고 윤 후보는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역사의 바른 편에 설 생각이 없는 정치인임을 자인한 것이자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열망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유관순... '일본'도 설전 소재로

일본도 대선후보 간 공방의 소재로 등장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 '유사시 일본이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곧 3∙1절인데 '일본군 한반도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며 "윤 후보가 다른 생각 하다가 이상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치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위대 한반도 진입 허용 발언에 관한 특별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에서 이 후보는 "한일관계 악화는 한국 정부 때문이라거나,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고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는 등 일본 극우세력 주장에 동조해온 윤석열 후보가 어제 토론에서 유사시에는 일본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망언을 했다"며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망언을 취소하고 순국선열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이라고 칭한 것에서 일본을 끄집어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발언은) 러시아에 줄 서지 않고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자, 러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생각"이라며 "일본에 줄 서지 않은 조선왕실 때문에 일제강점기가 왔고 일본의 침략은 정당화되는 이야기랑 다를 것이 뭔가"라고 따졌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은 홍콩민주화운동을 외면했던 것 처럼, 이번 러시아의 침략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며 미화하려나 보다"라며 "적어도 정치지도자는 장사치가 아니라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