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은 널리 알려진 폐암 유발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 (IARC)은 발암 물질 분류 기준에서 폐암을 가장 높은 등급인 ‘그룹(group) 1’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백혈병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어 IARC의 발암 물질 분류에서 한 단계 낮은 그룹(group) 2A에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라돈이 폐암뿐만 아니라 백혈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진영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연구팀이 2020년 11월까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주거 공간의 저농도 라돈과 백혈병 발병 관련 연구’를 용량-반응 메타 분석한 결과다.
용량-반응 메타 분석은 메타 분석(meta analysisㆍ수년간에 걸친 기존 연구 논문을 모아 재분석)의 발전된 분석법이다. 이는 개별 연구 별로 노출 용량과 그에 따른 위험 정도를 수치화해 종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연구법이다.
연구팀은 8개 생태학적 연구, 9개 환자-대조군 연구, 15개의 생태학적-코호트 연구를 분석했다.
이 중 생태학적-코호트 연구는 기존 전통적인 연구의 분류체계에 없는 것으로 연구팀이 만든 분류다.
노출 측정 단위는 한 행정구역에서 일정 반경 지역을 거쳐 개인 단위까지 줄어들고, 역시 백혈병 발생 측정 단위가 한 행정 구역에서 일정 반경 지역을 거쳐 개인 단위까지 줄어든다.
각 개별 연구 별로 노출과 결과 측정 단위들이 천차만별이기에 생태학적 연구에서 코호트 연구까지 연속된 스펙트럼에 있는 연구는 모두 생태학적-코호트 연구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생태학적 연구에서는 피어슨 상관 계수가 0.48(95% 신뢰 구간 0.41~0.54)로 두 변수 간 상관관계가 있었다.
메타-분산 분석(meta-ANOVA)을 실시한 결과, 어린이 그룹이 어른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관 계수가 높았다. (어린이 0.67(95% 신뢰 구간 0.53~0.77) vs 어른 0.46(95% 신뢰 구간 0.05-0.74)).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용량-반응 메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오즈비(Odds ratioㆍ회귀 계수)는 라돈의 방사선량이 100Bq/m3(베크렐ㆍ방사선량 측정 단위) 증가할 때마다 1.0308(95% 신뢰 구간 1.0050~1.0573) 증가했다.
백혈병 종류와 어린이 및 어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림프구성 백혈병 그룹은 라돈 방사선량이 100Bq/m3 증가할 때마다 오즈비가 1.0361(95% 신뢰 구간 1.0014~1.0720)만큼 증가한 반면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은 동일 라돈 방사선량 증가분에 대해 오즈비 변화량이 0.9665(95% 신뢰 구간 0.9171~1.0186)로 사실상 위험이 감소했다.
어린이 그룹은 라돈 방사선량이 100Bq/m3 증가할 때마다 오즈비가 1.0309(95% 신뢰 구간 1.0050~1.0575)만큼 증가한 반면 어른 그룹은 동일 라돈 방사선량 증가분에 대해 오즈비가 1.0147(95% 신뢰 구간 0.6121~1.6821)만큼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용량-반응 메타 분석의 회귀 계수는 림프구성 백혈병 그룹, 어린이 그룹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 어른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어린이 그룹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은 어른에 비해 어린이의 기관지 상피에 특히 풍부하게 분포해 있는 림프구에 기체 상태의 라돈이 영향을 미쳐 흡수선량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생태학적-코호트 연구 결과, 100Bq/m3의 라돈 방사선량 증가당 상대 위험도가 1.1221(95% 신뢰 구간 1.0184~1.2363)만큼 증가했다.
환자-대조군 연구와는 반대로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과 어른 그룹에서만 회귀 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각각 100Bq/m3의 라돈 방사선량 증가당 골수구성 백혈병 그룹 1.2257(95% 신뢰 구간 1.0034~1.4972), 어른 그룹 1.2503(95% 신뢰 구간 1.0233~1.5276)만큼 상대 위험도가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기존의 코호트 연구처럼 개인 단위 노출 측정, 결과 측정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도가 과대 평가될 수 있어 보수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