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위험 인자 3가지는?

입력
2022.02.27 18:00
17면

A씨는 6개월 전부터 눈이 침침해 집 근처 안과를 찾았다. 정밀 검사에서 초기 녹내장 진단을 받고, 약 처방과 함께 안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 늦게 발견했으면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뻔했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점 파괴돼 시야 손상 및 시력 저하가 생기는 눈 질환이다.

대부분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면 시야가 좁아지다가 실명할 수 있다. 눈 속 압력인 안압이 올라가는 것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신경이 약해지거나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다. 안압은 녹내장 진단ㆍ치료에 가장 중요하지만, 녹내장 환자의 80%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인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젊은 층 발병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고도 근시 △가족력 △스테로이드 약 복용 등 녹내장 위험 요인이 있다면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좋다.

대표적 녹내장 발생 위험 인자는 ①고도 근시다. 고도 근시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안구 길이가 길어지게 된다.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 안구에 연결된 시신경을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의 두께가 얇아지고 압력을 견디는 힘 역시 약해진다. 구조물들이 약해지면 안압은 점차 시신경으로 전달돼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②가족력도 녹내장 위험 인자에 포함된다. 가족력이란 유전이나 가족 환경, 생활 습관 등이 질환에 복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선천적 녹내장 등 유전이 단독 원인인 녹내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력이 원인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직계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녹내장 발병 위험도가 9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③스테로이드의 장기간 복용도 녹내장 위험 인자로 꼽힌다.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심혈관 질환, 당뇨병도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인다. 또 한 쪽 눈에 외상을 입었다면 홍채와 각막 사이 방수(房水)가 빠져나가는 곳인 전방각에 상처가 생겨 섬유주를 포함한 전방각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으므로 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녹내장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녹내장 검사를 비롯한 안과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며,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녹내장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녹내장 진단은 간단하지 않다. 게다가 평생 치료해야 하기에 진단에 신중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ㆍ치료ㆍ예후 판정을 위해 종합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시력과 안압 측정은 물론 시신경 손상 유무ㆍ정도를 재는 시신경 사진 및 빛간섭단층촬영(OCT) 검사,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시야 검사와 녹내장 종류를 구분하는 전방각경 검사 등이 필요하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에는 조기 발견을 위해 시신경과 시신경 섬유에 대한 정밀 검사가 활발히 시행되면서 조기에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녹내장의 경우 한 번 진행된 시신경 손상은 좋아지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안약, 레이저 치료, 수술 등으로 높아진 안압을 적정 안압으로 낮춘다. 이를 통해 시신경 손상을 늦추고 시야 손실을 막는다. 방수 배출을 늘리거나 방수 생성을 억제해 눈 속 방수의 양을 줄여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녹내장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에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지름길이다. 또 40세 이전이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근시,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으면 녹내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